내 눈깔

생각

내 눈깔

이보통입네다 2020. 10. 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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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내 눈깔

내가 막 써서 아픈 내 눈깔

보는 게 구할이라는 어르신 말을 무시한 죄로 고생하는 내 눈깔

라섹 수술한 거 후회하는 주인을 만난 죄로 억울한 내 눈깔

 

라섹하고도 다시 나빠진 내 눈깔

그래도 라섹 전 시력만큼은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천천히 다시 나빠지는 내 눈깔을 보고 있자니

짜증도 나고, 짠하기도 하고.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눈은 피곤하고 뻑뻑하고,

봐야 할 것들은 많은데

눈깔이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을 때,

정말 정말 후회한다

 

그냥 안경쓰고 살껄.

 


 

21~22살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최절정이 이르렀을 때, 라섹 수술을 했다. 당시 근시가 매우 심했던지라 안경을 쓰면 눈이 쥐똥만해지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나는 성인이 되면 꼭 라식/라섹 수수을 하고 싶었다. 동네에 제일 큰 안과에 가서 라섹 수술을 했다. 3일 정도 통증과 앞이 안 보임을 참고, 안대를 푸니 이거 웬걸?! 새로운 세상!

 

침대에서 눈을 떠 내 방을 둘러보면 내 방문 손잡이가 선명하게 보이고, 벽에 걸린 시계도 잘 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눈이 안 좋아 안경을 썼으니 내 기억 속에 안경을 빼고 물체를 선명하게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쁨도 잠시. 라섹 후, 주기적으로 꾸준히 처방받은 안약을 넣었음에도 몇 개월 후부터는 계속 시력이 떨어졌다. 단 몇 개월의 기쁨이었다. 그 후, 시력은 계속 떨어져 약 10년이 지난 지금. 왼쪽 -6.5 & 오른쪽 -3.5까지 떨어졌다. 라섹 수술 전에는 -8.5 였으니 점점 예전 시력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술 전과 달라진 점은

1. 안구건조증

원래는 없었으나 수술 후에 안구건조증이 생겼다. 수술을 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많이 생기는 병.

2. 양 쪽 시력 다름

그 전에는 양 쪽 다 비슷한 -8점대였다. 그러나 수술 후, 양 쪽 시력차가 -3 정도 난다. 양 쪽 시력이 다를 경우, 안경을 맞추고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보는 것이 불편하다. 

 

현재는 양 쪽 다른 도수로 안경을 맞췄고, 가끔씩 쓰는 콘택트렌즈를 도수에 맞게 한 팩씩 구매했다. 의사는 시력이 각각 다를 경우, 안경보다는 오히려 콘택트렌즈가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은 눈과 안경 사이에 거리도 있고, 양쪽 균형을 맞추려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지만, 콘택트렌즈는 눈동자에 바로 붙어버리니 불편함이 없다고. 아놔. 이래저래 돈이 두배로 들었다.

 

겁도 없이 라섹 수술한 이후로 얻은 이득도 있다. 어디 사고 나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일부러 몸에 손을 대는 수술은 하지 않게 된 것.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일부러 바꾼다는 것은 반드시 장점과 단점이 함께 온다는 것. 그 모든 책임은 병원이 지는 것이 아닙니다. 선택한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게 취미인 사람이 썼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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