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신명나게 후회 파티!

생각

우리 모두 신명나게 후회 파티!

이보통입네다 2020. 10. 15. 10:54
반응형

 

* 우리 집 김여사님의 후회

1. 엄마에게 집적대던 그 샌님과 결혼했어야 했다. 그는 이후, 학교 선생님이 되었고, 평생을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고 살았으며 퇴직금도 많을 것이다.

2. 선자리에 나온 나의 아빠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 노오란 셔츠가 귀여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촌스럽다고 봤어야 했고, 서울 지리를 몰라 헤매던 모습이 순순해 보이는 게 아니라 어리바리한 촌놈으로 봤어야 했다.

3. 외할아버지 말을 듣고 신천에 집을 샀어야 했다. 당시 잠실에 자리를 잡고 있던 외할아버지 말을 듣고 신천에 집을 하나 샀으면 지금의 '잠실새내'가 된 땅에서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재테크도 뭐도 너무 모르고 살았다.

4. 나를 친할머니 손에 키우지 말았어야 했다. 당시 뭣도 모르고 낳은지라 맞벌이로 돈을 벌어야 했고, 그 때문에 나를 친할머니에게 맡겼다. 그때는 아기가 어리니까 누가 키우든 뭘 알겠는가 생각했지만 아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와의 돈독한 관계를 만들었어야 했다. 

5. 나의 아빠는 사업을 할게 아니라 직장인이 되었어야 했다. 평생을 고생해도 돈을 못 번다. 사업할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은 아니나 잔재주가 많고 꼼꼼하니 직장인이나 공무원이 되었으면 잘했을 것이다. 

6. 막내 이모는 이모부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한다. 온 가족이 뜯어말릴 때, 결혼을 포기했으면 평생을 저렇게 일만 하며 힘들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 동서울터미널 대기실 옆자리 중년부부

1. 나는 여군이 되었어야 했다. 꼬박꼬박 봉급이 나오고 지금쯤 내 나이면 퇴직금이 꽤 될 것이다.

2. 나는 여군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면 결혼도 쉬이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결혼 후에 고생도 안 했을 것이다.

3. 나는 여군이 되었어야 했다. 나이가 들어도 나만의 커리어가 쌓여 전문성이 있는 여성이 되었을 것이다.

 

 

살면서 후회는 너무 많다. 근데 그 후회 매번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그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다른 걸 만났더라면. 다른 걸 보았더라면. 후회하고 깨닫고 또 후회하고 깨닫고. 정말 처음부터 다 알았더라면. 20년, 30년 후에 아는 것을 미리 다 알았다면 후회 없이 살 수 있을까. 지나가버린 삶의 시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그 순간들을 왜 매번 후회하고 살아갈까. 

 

남편은 말했다. '매번 후회하고, 마치 자기 삶만 힘든 듯 말하는 시어머님이 싫다고.' 내가 대답했다. '그건, 어머님 본인 삶이니까 그럴 수 있지.' 

내가 말했다. '매번 가진 것은 감사해하지 않고, 안 가진 것만 이야기하는 내 엄마가 싫다고.' 남편이 대답했다. '어머님이 살면서 그러실 수도 있지.'

 

오늘 내가, 남편이 했던 이 말들도 후회하는 날이 오겠지. 세월이 흐르면 인정하기 싫은 엄마의 모습들도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 올 테니까. 결국 사는 게 다 후회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후회,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후회. 그러면서 사는거다.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2019. 05. 04.

반응형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랄병 돋은 내동생  (0) 2020.10.15
빨간 딱지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0) 2020.10.15
내 눈깔  (0) 2020.10.15
사랑하기 때문에  (0) 2020.10.14
솔직함의 끌림  (0) 202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