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병 돋은 내동생

생각

지랄병 돋은 내동생

이보통입네다 2020. 10. 15. 11:04
반응형

인터넷 상에 동생 욕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긴 하지만 쓸 건 써야지.

 

하나뿐인 내 남동생은 성격이 지랄 맞다. 워낙 서로 기질 자체가 달라서 동생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아- 객관적으로 봐도 이건 지랄병이 맞다.

 

나도 어렸을 때, 동생을 예뻐했겠지?!

 

동생이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지는 2년 되었다. 대학교는 휴학한 상태. 동생은 분명히 공무원이 될 것이다. 실제로 동생은 나보다 머리도 더 좋고, 덤벙대고 무딘 성격을 가진 나와는 달리 꼼꼼하고 자기 것은 알아서 잘 챙기기 때문에 자격 조건이 충분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20대 중에, 공무원 준비하는 애들 중에, 자격 안 되는 애들이 얼마나 될까. 다들 충분히 머리 되고, 일 시작하면 잘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무한 경쟁 시대에! 필요 없는 능력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마당에! 내 동생이 공무원 되기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시험 준비를 한지 올해 2년. 이 시험이 동생에게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다. 그 아이의 삶이 공무원 시험에 모두 맞춰져있다. 뭐, 거기까지는 그래, 그럴 수 있다. 본인 인생이 걸릴 문제니까.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다.

 

내 동생은 꼭 집에서 공부를 하겠단다. 그래서 같이 살고 있는 부모는 그러라고 했단다. 뭐, 거기까지도 이해했다. 나는 애초에 독립해서 나가 살았고, 나가 살다가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부모와 내 동생간 집안 생활의 티키타카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올해 장시간 한국에 머물기 위해 오랜만에 간 친정집은 모든 것이 동생에게 맞춰 있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예를 들어, 동생 방 옆은 부모님 안방. 안방의 소리가 동생 방까지 들리니 TV 소리는 무음이거나 소리 1로 키고 볼 것.

발자국 소리가 시끄러우니까 부모님은 안방을 이용할 때, 베란다를 통해서 갈 것. 밖에 소리가 나면 동생이 본인 방문을 차니 조심할 것 등등. 동생과 부모님 간에 집안 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뭐 이런 병X 같은 게 다 있나 싶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동생을 그렇게 조심히 다뤘던지라 다 맞추고 있었다. 부모님은 작년보다 올해 애가 더 예민해졌다고 말하면서도, 곧 시험이 몇 개 있으니 나에게도 조금만 신경 써서 참고 조용히 지내라고 했다. 그래, 내 동생도 이제 20대 중반이고 지 나름의 고민이 많으니 저렇게 스트레스 많고, 예민한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저 지랄병에 왜 가족 구성원 3명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맞추고 숨 막히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 싶어 욱할 때도 많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지랄병은 내 남동생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20대 젊은 남성들 모두가 갖고 있지 않을까. 각자 다르게 나타날 뿐.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991571&memberNo=15305315&searchKeyword=20%EB%8C%80%20%EB%82%A8%EC%84%B1&searchRank=3

 

“노력이 부족하다”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반항

[BY 세계일보] 최근 한 설문 조사결과에서 20대 남성의 현 정권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 것과 관련 기성세...

m.post.naver.com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702

 

20대 남성의 불만은 무엇인가

[이슈 분석]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과 기성 세대의 착각

www.ohmynews.com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서 기회는 부족하고, '존버(존나게 버티는)'게 삶이 된 20대 청년들에게 지랄병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느껴진다. (당연히 내 동생의 지랄병은 다 이해되지는 않습니다만) 내 동생 또한 무엇 하나 쉽게 되지 않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을 느끼며 오늘 하루 또 집에서 지랄을 떨며 공부를 하겠지. 동생의 저 발악과 홀쭉한 볼이 안타깝게도 느껴진다

 

동생의 모습과 사회에 외치는 20대 젊은이들의 외침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것. 각자 알아서 생존하기.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사회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사회 제도는 언제나 나중이고, 사람들은 어찌하든 살아남아야 한다. 어르신들은 세상이 날로 발전해서 살기 편해졌다 하지만 그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져만 간다. 매년 살아남은 자와 살아 남지 못한 자가 나뉘며 그들끼리의 피 튀기는 경쟁을 한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줄어드는 기회는 20대 꽃피는 청춘 동생에게 생존의 갈급함과 불안감만을 줄 뿐이다.

 

내가 취업할 때는 어떠했는가. 그 때와 달라진 게 무엇이 있을까. 

http://www.redian.org/archive/38946

 

“비정규 대책? 이명박 꼼수 결정판”

정부여당 대책, '노동자 신분제' 고착… ‘짝퉁’ 정규직만 양산

www.redian.org

대학교 시절, 비정규, 무기직, 계약직이란 단어가 꽤 많게 들렸다. 2년 일하면 정기직으로 바꿔준단다. 실제로 취직을 준비하며 수많은 계약직 자리와 마주했다. 계약직 자리는 직업수가 많아 보인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정규직으로 바뀌기 매우 힘들다는 단점도 있었다. 어떤 회사에서는 2년 되기 바로 직전에 사람을 퇴사시키기도 하고, 어떤 곳은 2년 되기 한 달 전에 퇴사를 시키고, 한 달 놀게 하고는 다시 2년 재계약을 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정규직을 구하기 힘들어 처음에 계약직을 시작한 친구들은 운 좋은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수가 다른 회사의 계약직으로 또다시 2년마다 취직을 해야 했다. 결국 일자리 양은 많아 보여도 일자리의 질은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적이고 조금이라도 오래 할 수 있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내 동생의 지랄병은 점점 봐주기가 힘들다. 동생이 올해 시험을 잘 봐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를. 힘들어하지 않기를. 나 또한 동생을 이해하고 포옹하는 넓은 마음을 가지기를. 동생에게 당장 해줄 말이 이것밖에 없는 것이 미안하고 씁쓸하다. 휴.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이 20대 중반을 쳐X고도 저 지랄이니. 하- 사람을 사랑하고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10.

반응형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립하게 된 이유  (0) 2020.10.15
성매매 남친과 헤어진 썰을 풀어보자  (0) 2020.10.15
빨간 딱지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0) 2020.10.15
내 눈깔  (0) 2020.10.15
우리 모두 신명나게 후회 파티!  (0)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