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태그의 글 목록

생활 4

겨울을 맞이하는 자세

미국 남부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겨울이다. 올해는 여기서 처음으로 큰 눈을 보았다. 그렇다고해도 땅에 눈이 쌓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동네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큰 눈이었다. 작년 12월에는 싸라기눈이 내렸는데 올해는 직접 내 눈에 보일 정도로 크기가 있는 눈이었다. 처음 눈을 본 강아지처럼 신나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어댔다. 눈이 보인다! 눈이 보인다! 나뭇가지와 열매에 눈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니 - 우리 동네 겨울 날씨는 비가 주 1회 정도로 내리고, 비온 후 이틀 정도는 매우 추웠다가 다시 날이 따스해진다. 눈이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올해 내린 눈을 보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이불을 둘둘 말아 베란다 의자에서 눈 내리는 걸 보았다. 그렇게 앉아있어도 그리 춥지 않았다. 나..

결혼 2020.10.18

넌 더이상 미혼자가 아닌 기혼자잖아-

이제 한국에서 시간을 보낸지도 약 2달 정도 지났다. 올해는 대략 3개월 동안 한국에 머무는 일정으로 들어왔다. 작년에 결혼을 했으니 결혼 후, 처음 한국에 혼자 들어온 것이다. 결혼 후, 길진 않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나름 괜찮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있고, 대학 졸업 후, 꾸준히 일만 하던 나에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좋았다. 그렇게 한국이 그립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끔은 그렇게 투닥투닥 다투던 엄마도 보고 싶고,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 떠는 것도 그리웠다. 한국에 첫날 들어왔을 때는 참으로 기대되었다. 그렇게 들어와서 친정집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시댁 식구들도 반갑게 만났다. 그렇게 한 2주 지났나. 한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직..

생각 2020.10.16

꼬아듣지 말지어다-

약 1년 남짓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보내고 나 먼저 한국에 들어왔다. 남편은 일을 한 달 정도 더하고 나중에 들어올 예정이라 나 혼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익숙하고 복작복작한 한국이 좋고 자유롭게 편안하게 느껴졌으나 매사 좋지만은 않았다. 오랜만에 간 친정집은 내가 한국에 있는동안 머물기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동생의 눈치와 더 이상 내 방이 아닌 아빠의 서재가 지내기 불편했다. 남편 없이 혼자 시댁 어른들께 인사드리는 만남은 역시 편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형님이 두 명이 있다. 리더감이고 듬직한 첫째 형님과 세심하고 자유로운 둘째 형님이다. 항상 맏이로 자라와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막내아들의 며느리로 시댁에 막내가 되니 챙김을 많이 받는다. 형님들은 남편 따라 미국에 간 나의 생활을 걱정했다..

결혼 2020.10.14

나의 삶, 나의 역할, 나의 모습

결혼 후. 결혼을 했다. 좋은 남자를 만났다. 나와 잘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실제로 괜찮은 사람이다. 직장도 좋은 사람이다. 그의 직장에 맞춰 미국에 나가서 살게 되었다. 그렇게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결혼 전. 열심히 일을 했다. 한번 이직을 했고, 이직하는 그 사이 1달을 쉬었다. 쉬었다기보다 구직활동을 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얼마 벌지 못하는 월급이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사회적으로 어렵거나 곤란하거나 약자인 사람들을 만나는 게 내 일이었다. 힘들지 않았다. 소진? 심적인 우울감? 그런거 없었다. 오히려 어쩔때는 그들에게서 힘과 위안을 얻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좋은 일을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과 나의 현 상황을 비교하며 위..

결혼 202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