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맞이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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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맞이하는 자세

이보통입네다 2020. 10. 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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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겨울이다. 올해는 여기서 처음으로 큰 눈을 보았다. 그렇다고해도 땅에 눈이 쌓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동네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큰 눈이었다. 작년 12월에는 싸라기눈이 내렸는데 올해는 직접 내 눈에 보일 정도로 크기가 있는 눈이었다. 처음 눈을 본 강아지처럼 신나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어댔다.

눈이 보인다! 눈이 보인다!

나뭇가지와 열매에 눈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니 -

 

우리 동네 겨울 날씨는 비가 주 1회 정도로 내리고, 비온 후 이틀 정도는 매우 추웠다가 다시 날이 따스해진다. 눈이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올해 내린 눈을 보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이불을 둘둘 말아 베란다 의자에서 눈 내리는 걸 보았다. 그렇게 앉아있어도 그리 춥지 않았다. 나는 한국의 영하 꽁꽁 어는 겨울을 경험하고 자란 한국인 아닌가. 앉아 있었더니 코가 차가워지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겨울 냄새가 났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시원하고 상쾌한 겨울 냄새. 

 

 

캐나다 밴쿠버 여행에서 완전 만족했던 중식당(이름도 까먹고 블로그 글에는 위치로만 설명했던 그곳) 자스민차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겨울이기도 하니 따스한 차나 물을 마시기 위해 찻주전자와 찻잔을 구매했다. 둘 다 아마존에서 샀다. 찻잔은 Kitchables Products에서 샀는데 4잔에 15불, 가격도 저렴하고 예뻤다. 무엇보다 이중 구조여서 안에 차를 받는 부분은 유리고, 겉은 플라스틱으로 한번 더 커버되서 깨지거나 스크래치가 나지 않아 좋다. 게다가 물건 안에 동봉되어 있는 카드가 좋았다. 제품을 구매해줘서 고맙다는 내용과 함께 모든 물건들이 평생 품질 보증을 해준다고 적혀 있었다. 제품에 친근감과 신뢰감이 들었다. 찻주전자는 Hiware Direct 제품으로 전체가 유리며 따로 뜨거운 물을 받아 차를 우리는게 아니라 직접 가스레인지 열에 올려서 물을 끓여도 되는 제품이다. 차를 보온하는 용도로만 사느냐 물도 끓일 수 있는 용도를 사느냐 고민했다. 그래도 이왕 사는김에 둘 다 되는 제품으로 사고 싶어 골랐다. 리뷰를 보니 너무 뜨거운 온도에서는 유리가 쉽게 잘 깨진다는 내용이 있어서 되도록이면 중간 불로 은근히 물을 끓여 사용 중이다. 사용한지 약 2주 정도 되었는데 두 제품 다 만족스럽다. 

찻잔 박스를 여니 카드와 잔받침이 -

평생 품질 보장 좋다!

동글뱅이 찻잔 4개

요새 매일 마시는 자스민+녹차

 

눈이 내린 다음날, 밖을 내다보니 지붕 위에 살짝 눈에 내려 있었다. 몇시간 안 되어 햇빛에 다 녹아버렸지만. 올 겨울에 다시 눈 소식은 없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살짝 눈이 덮인 지붕

날이 추워져 커피 잔 위로 올라오는 김서림 - 자주 볼 수 없는 모습 -

 

이 곳 생활에서 겨울 맞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다. 타지에서 아프지 않도록 몸을 따스하게 하고, 눈이 오면 눈도 바라보고 보금자리에서 남편과 한해 마무리를 잘 하는 것. 한국에서는 12월이면 연말 모임에 업무 정리에 항상 바빴는데 이 동네는 조용하고 느리게 흘러간다.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기분. 다음에는 트리와 전구 준비를 해야겠다. 그것도 하나씩 찬찬히 준비할 것! 잊지 말자.

 

오늘은 여기까지 -

 

2019.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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