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의 끌림

생각

솔직함의 끌림

이보통입네다 2020. 10. 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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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관계를 맺다 보면 유독 더 끌리는 사람, 더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내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상상만 해도 심장 조르여-)

- 본인 감정표현에 어색하지 않은 사람

- 자신의 성적 취향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

- 살면서 겪어온 힘든 일을 타인과 공유하는 사람

 

이들의 공통점은 솔직함이다. 나는 솔직한 사람에게 끌린다. 현재의 나는 솔직하지 못하기에 끌린다. 맞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렵다.

 

솔직한 사람은 달콤한 사탕처럼 끌려-

 

우리 집 김여사 님은 평생을 남에게 말해야 할 것, 말하면 안 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오신 분이다. 본인이 아무리 힘들어도 어느 누구에게 가서 하소연하거나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외갓집 가족들도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이니. 엄마는 본인의 힘든 것, 즉 부정적인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본인의 힘든 일을 말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약점을 보이는 것이고 구설수에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자존심을 깎아 먹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혼자서 곱씹고 힘들어도 참고 넘어갔던 거다. 그 세월을.

엄마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한 것 중 하나가 참고 말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 내가 엄마처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엄마보다는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힘듦을 해소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들 눈치와 상황을 먼저 파악한다. 나보다는 우리, 나보다는 조직, 나보다는 가족을 생각하여 나 또한 곱씹고 넘어간 적이 많다. 소름 돋는 데칼코마니- 이것이 엄마와 딸의 데스티니인가-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 시간들이었다. 이것도 할 말이 많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그곳에서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주 간결하게 나 의견을 전달했어야 했는데(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한국어에 비해서는 직설적으로 느껴진다.) 소통이 편하고 좋았다. 호주에서 가진 것도 없고, 영어도 겁나 짧았기에(아예 잘 못하니깐 두려움이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우리'의 관점에서 '나'의 관점이 되니 남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 자신의 만족도가 높았다. 

내 자신에게 자유롭고 솔직했던 1년의 생활을 하고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1년 아주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언행이 몸에 베였다. 대학교를 복학하자마자 실습을 나갔는데 그곳에서 나의 솔직함이 문제가 되었다. 실습생 6명이 3개월 동안 함께 배우며 일을 했는데 항상 실습 마지막 시간에는 담당자와 질문시간을 가졌다. 당연히 질문시간이니까 궁금한 점을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어어어- 이 분위기 뭐야. 담당자는 쟤는 뭐야? 하는 분위기와 심지어 같은 실습생조차도 조용히 좀 하고 끝내지 눈치를 주는 게 아닌가?! 뭐래. 궁금하면 질문하라면서 질문한 건데 왜들 이래- 다른 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만 질문하고 답을 들었는데?! 많이 답답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니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넘어가거나 다수의 의견에 의해 소수의 의견은 자연스레 묵살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뭐 그러다 이상하게 찍히고 실습은 끝났지만 참으로 기분 나쁜 시간이었다.

그리고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이건 또 뭐야. 지원 조건에 맞추기도 쉽지 않은데 엄청난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눈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사회생활이 시작되었고, 초반에 솔직한 언행에 눈총을 받던 나도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부터 조직에 적응하고 적당히 눈치를 보는 직장인이 되었다. 참 사람이 환경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깨달았던 순간- 

 

여기서 드는 질문.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갈까? 직장에서, 학교에서, 친구관계에서, 가족관계에서, 연인관계에서,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상황과 입장에 따라 우리의 언행이 달라지고, 그 현실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지만. 과연 이게 정말 어른이 되는 과정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면 되게 멋있게 자기를 솔직하면서도 센스 있게 말하는 캐릭터 많던데. 아직 현실에서는 참 트루 캐릭터와 같은 사람을 만나본 게 손꼽을 정도. 뭐 삼십 줄이 넘은 나도 못하는걸. 이보통 성숙한 어른되기 첫 번째 과정 '솔직해지기' 아니 '성숙하게 솔직해지기'. 나의 솔직함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지나친 자기중심적 생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나와 상대 모두에게 건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는 것. 이런 솔직함이라면 참 어른이 되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드는 또 다른 질문. 내가 솔직함에 끌리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에 끌릴 텐데. 무엇에 끌릴까? 각자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에 끌리는 것 또한 매우 다양할 텐데. 여러분은 무엇에 끌리시나요? 여러분의 달콤한 사탕은 무엇인가요?!

 

2019.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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