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절제술 썰을 풀어보자

HPV 치료중/자궁경부이형성증 경험

원추절제술 썰을 풀어보자

이보통입네다 2020. 10. 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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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6년 초 원추절제술을 했다.

당시에 기록을 해두었으면 더 자세한 내용이 남아 있을 터인데 우선 지금 기억나는 것부터 하나씩 기록하고자 한다.

 

 

당시 직장인이었던 나는 회사 근처 산부인과 병원에서 원추절제술을 했다. 대학병원에 가서 할 수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시간을 따로 내기로 힘들었고, 무엇보다 내가 갔던 산부인과는 지역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곳이었다. 왜 건물 전체가 산부인과 병원이고, 출산도 가능한 그런 곳. 항상 사람이 많아 매번 갈 때마다 기다려야 하는 병원이었다.

 

원추절제술 예약을 하면서 안내를 받은 것은 크게 2가지.

1. 12시간 공복 - 전신 마취를 위해.

2. 1박 입원 - 안정을 위해.

 

원추절제술을 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전신 마취를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완전 신세계- 하지만 수술 후, 마취가 깨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가라앉는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원추절제술 때문이 아니라 전신 마취 때문에 내 몸이 그 전보다 안 좋아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신 마취는 나에게 매우 불편한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1박 입원까지는(개인적으로 나는) 할 필요 없었겠다 싶다. 몇몇 후기에도 서울대병원이나 타 병원은 당일 수술 후, 6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집에 돌아간단다. 물론 개인 상태에 따라 입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으나 나는 입원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뭐, 그 당시에 그런 걸 알았나. 의사가 입원하라고 하니 무섭고 뭣도 모르니 한 거지. 

 

원추절제술 수술 과정은 이러하다.

수술복으로 환복 후, 수술방에 간다. 수술방은 약간 서늘했다. 양 팔, 양다리를 벌리는 침대에 눕는다. 간호사가 양 팔을 찍찍이 같은 도구로 침대에 딱 붙인다. 혹시나 움직임이 있으면 안 되기에. (제일 무서웠던 부분- 엄마야- 마치 침대에 양팔을 묶은 것 같았다-) 그러더니 한 간호사가 차트를 나에게 들이밀더니 동의 사인을 하라는 게 아닌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마취인지 수술 관련 동의서였을 것이다. 아니 뭐 이런 걸 지금 하는가. 수술 전에 받지. 하지만 그때는 무섭고 긴장해서 얼른 사인하고 의사를 기다렸다. 의사가 들어오고 숫자를 몇 개 세었는데 깨보니 수술 끝-

 

수술 후, 어벙벙한 상태로 병실에 들어갔다. 1인실. 간호사가 와서 링거를 꽂고 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엉덩이에 엄청나게 큰 기저귀가 차있었다.(수술이 끝난 후, 의료진이 헤롱 거리는 나에게 기저귀를 차 주었을 상상을 하니 수치스럽다...) 수술 후 있는 출혈 때문에 기저귀는 필요했다. 그러고 맛있는 밥을 먹고, 하루 잔 후, 퇴원했다. 퇴원 전, 자궁경부 안에 넣어둔 거즈를 빼고, 간단한 안내문을 받고, 많은 출혈과 극심한 통증이 있으면 새벽이라도 전화하고 병원에 오라는 당부를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수시로 거대 기저귀를 갈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밥과 약을 잘 챙겨 먹었다. 퇴원 이틀 후에 출근을 했어야 했기에 최대한 몸을 조심히 했다. 다행히도 나는 몸에 큰 문제없이 휴식했다. 비용은 자세히 기억이나지 않으나 수술비와 1박 입원비까지 30만원대이지 않았나 싶다. 

 

그 후, 담당 의사와의 상담에서 원추절제술은 잘 되었고, 절개한 부위 조직도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말인즉슨, 원추절제술은 자궁경부 입구에 변형된 조직이 더 퍼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도 하지만, 자궁경부 안 쪽에 있는 부위에도 조직이 변형되지 않았는가 확인할 수 있는 역할도 한다. 자궁경부 검사로 CIN2~3가 나와 원추절제술을 한 결과, 자궁경부 안 쪽에는 더 심각한 단계를 발견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자궁경부 이형성증, 원추절제술이 큰 문제 아니라고 한다. 수술은 매우 간단하고 짧으며 크게 힘들지 않고, 많은 여성들이 겪는 병이라고.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자궁경부 이형성증이란 병은, 원추절제술이라는 수술은, 가볍고 단순하지 않다. 100% 완벽한 치료법이 없기에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원추절제술 또한 단순하고 간단한 수술이지만 자궁경부를 원뿔형으로 잘라내기 때문에 나중에 임신을 하는 경우, 태아가 자궁 밖으로 흘러내릴 확률이 훨씬 높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원추절제술을 한 번 한다고 해서 쉬이 없어지지 않아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고, 계속 재발되는 경우, 자궁을 드러내기도 한다. 

 

혹시나 원추절제술을 앞두고 있거나 자궁경부 이형성증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글을 본다면 말하고 싶은 건. 큰 병 아니라고 쉽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본인 건강(면역력)을 키우고,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했으면 한다. 주기적으로 산부인과를 가야 한다. 증상이 없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이 전합니다-

건강 챙기자.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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