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 누구나 로또 맞을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나 또한 수없이 해보았다.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나서 더 자주 생각했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황금 열쇠 같은 느낌이랄까. 내 인생의 문을 아름답게 안내해줄 황금 열쇠. 로또 당첨률은 벼락 맞을 확률이라는데 로또를 살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한동안 결혼이나 이사다 뭐다 바빠서 잊고 살았던 로또를 최근 다시 만났다.
얼마전에 산 로또- 하나도 되지 않았다...
로또 한장에는 설렘이 있다. 그 누구도 네가 로또를 맞을 거라는 보증을 해주지는 않지만 나 혼자 품어보는 희망이 그 종이 담겨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한동안은 매우 바쁘게 지냈다. 만날 사람도,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꼭 사야 할 것 등 어느 정도 하고 나니 잉여시간이 생겼다. 그때, 생각난 게 로또다. 오히려 20대에는(직장 들어가기 전까지는) 로또 사는 게 돈 버리는 기 딱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차라리 그 몇 천 원으로 오늘 저녁밥 사 먹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거 웬걸. 첫 직장 들어가서 몇 달은 로또가 하고 싶더라. 그렇게 몇 주 로또를 사다가 안 했다. 두 번째 직장 들어가니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그때는 1달 진득이 매주 로또를 샀었더랬다. 그런데 그러곤 또 안 했다.
나에게 로또는 직장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부칠 때, 생각나는 쉬운 도피처였다. 분명 내가 원했고, 해보고 싶었고, 소신있게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직장에서조차도 일 힘든 건 매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재미 삼아, 1주일간의 희망을 품고 살아볼 겸사겸사 샀던 로또였다. 잠시 '내가 이런 데다 매주 돈을 써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영화 'EAT, PRAY, LOVE' 대사를 생각했다.
“There's a wonderful old Italian joke about a poor man who goes to church every day and prays before the statue of a great saint, begging, "Dear saint-please, please, please...give me the grace to win the lottery." This lament goes on for months. Finally the exasperated statue comes to life, looks down at the begging man and says in weary disgust, "My son-please, please, please...buy a ticket."
"훌륭한 옛날 이탈리아 유머가 있다. 가난한 사람이 매일 교회에 가서 위대한 성자 동상 앞에서 빌면서 "성자님, 제발 복권에 당첨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라고 한다. 이 한탄은 몇 달 동안 계속되었다. 마침내 격앙된 조각상이 살아나 구걸하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지긋한 혐오감으로 말한다, "내 아들아 제발, 제발... 표를 사렴."
그래, 되든 안 되든 로또를 사야 뭘 알거 아닌가. 그렇게 당당한 마음으로 로또를 사면서 또 수많은 생각을 한다. 내가 로또가 되면 무엇을 먼저 할까? 난 되더라도 아무한테도(남편한테는 말해야겠지만) 말 안 하고, 내 일하면서 조용히 로또 돈을 굴려야지. 투자가 좋을까? 아니야, 땅과 아파트를 사야지 등.
결국 로또는 어른들에게 꿈과 희망의 원더랜드를 돈으로 심어준다. 마치 사람들이 이 옷을 사입으면, 이 화장품을 바르면, 이 차를 타면 연예인처럼 남들과 달라질 거라 생각하듯이. 로또는 1주일의 환상과 상상을 안겨주고 1주일이 지나면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린다. 물론, 매주 로또 당첨자들을 제외한 수십,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 다수가 될 걸 알지만 한다. 우리에게 꿈이거든.
까짓 거 로또 좀 사면 어떤가. 내가 내 돈 주고 원더랜드 좀 꿈꿔 보겠다는데. 한탕주의에 매주 로또에 돈 쏟아붓는 게 아니면 그 정도 해도 되지 뭐. 어떤 이들은 원더랜드 가려고 마약도 하고, 집에서 성매매도 하는데. 근데 참 인간 인생. 뽕 하고, 섹스하고, 돈 있어야 원더랜드 간다는게 참 모욕적이긴 하다만.
2019.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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