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봤다. 내가 죽빵 날리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얼마나 될까.
가만 보자.
- 아르바이트 패밀리 레스토랑. 무조건 바싹 구워 나오는 함박스테이크를 미디엄 레어로 구워달라고 우겨댔던 아주머니,
- 자꾸 내 엉덩이를 툭툭 쳐댔던 꼴에 동료라고 같이 붙어 다녔던 기린 같은 머슴아.(그때는 그 행동이 성희롱이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바보였다.)
- 대학 생활.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 애들만 골라 밥 사주었던 남자 선배들(나 포함 나의 분신 같은 친구 3명은 매번 분노를 금치 못했다.)
- 당시 복학생 나쁜 스타일 남자친구(다 맞춰주고 헌신했더니 차 버린 놈. 헤어진 후에 자꾸 연락은 왜 하십니까. 연락하지 마십시오. 찌질합디다.)
- 사회생활. 갑과 을.
너무 많아서 다 못쓰겠다. 특히 10대, 20대 초반에 내 성격은 우선 마찰은 피하고 보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해서 웬만하면 웃는 얼굴로 해결하고 다가가곤 했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다가도 더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와는 다른 힘으로 행동하기 때문이었겠지.
한살씩 나이를 먹으면서 바뀐 것 중 하나가 그때 그때 내 본심을 직설적으로 말하진 못해도 그 상황을 피하지 않는 행동이다. 자꾸만 피했던 문제들이 결국엔 해결되지 않고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남의 인정이 곧 내 행동의 동기였다. 상대방에게 잘해야 하는 거고, 괜찮아야 하는 거고, 좋아야 하는 거고. 이렇게 해야 잘 지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에 불편해서 불만이 가득 쌓인 내 모습만 보였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내 삶을 온전히 충만하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맞춰서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나니 심적으로 힘들었다. (당시 나의 모습은 내가 그렇게도 싫어했던 엄마의 모습과 같았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
그때, 웹상에서 본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남을 이해하기 이전에 나를 이해하고,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 나를 사랑하라.
좋은 딸이 되고자, 좋은 사원이 되고자, 좋은 친구가 되고자, 좋은 파트너가 되고자 노력하기 전에 나를 먼저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 전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온전한 나로 지내지 못했던 나에게는 꼭 필요한 모습이라는 걸 말이다.
바로 눈 앞에서 죽빵까진 못 날려도...
내 의견은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깜냥을 키워보자.
난 모든지 다 괜찮기만 한 사람은 아니니까.
이 세상에 모든 '난 괜찮아' 잉여 인간들이여. 일어나자.
부딪혀보기도 하고, 말해보기도 하고, 가만히 서있어보기만 해도 좋다.
방법이 어떠하든 내 문제와 직면만 한다면야.
(우리 어디 모임이라도 만들까요? 말 못 하는 '난 괜찮아' 잉여인간들의 모임. 아니, 그러면 모여서 아무도 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성립이 안되네...)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28.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가 떠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0) | 2020.10.16 |
---|---|
그놈의 척, 척, 척. - 자꾸 그런 척하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어 - (0) | 2020.10.16 |
THE BIG ISSUE - 빅이슈코리아 (0) | 2020.10.16 |
영어 쉐도잉 중입니다 (0) | 2020.10.16 |
로또 맞을 상상 (0) | 2020.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