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벽

생각

나의 벽

이보통입네다 2020. 10. 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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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벽이라.

http://youtu.be/ok6NKA5Kvlk

내 얄팍하고 부족한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중에 자신 있는걸 하나 뽑으라면. 새로운 시도와 추진력이었다. 

 

20대. 누구나 그러하듯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잘하는가.' 끊임없이 찾고 또 찾았다. 어느 방향이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무언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해봐야 했다. 그래야 나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곧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좋았다. 막상 해보니 곧잘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내 세상이 넓어졌다. 그전까지 기껏 해봤자 같은 동네에서 초, 중, 고 나와 대학교 들어간 게 전부인 인생. 알면 뭘 얼마나 알았겠나. 몸만 큰 어른이었지. 하지만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내가 쑥쑥 큰다는 걸 체감했다. 실수도 실패도 하는 사람이지만 내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그런 내가 좋았고, 자신감 생겼다. 나는 계속 자신감 있게 살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결혼은 여러모로 내 삶을 바꾸었다. 첫째, 직장을 그만두었다. 외국에서 생활을 해야 했기에 그만두었다. 실제로 일 그만두고 반년은 마음이 편했다. 대학교 때부터 지긋지긋한 생계형 알바와 쭉 이어진 회사 생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를 원하진 않았기에 미국 가서도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공부였다. 둘째, 마음과 경제적 안정을 가졌다. 결혼 전, 혼자서도 잘 지냈지만 결혼하면서 얻는 마음의 안정과는 결이 달랐다. 한결 편해지고, 안전한 느낌. 게다가 남편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니 안정감이 배가 되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했다. 무조건 좋기만 한 삶도 무조건 나쁘기만 한 삶도 없다. 약 2년 반 결혼생활을 하면서 나에게는 새로운 벽이 생겼다. 바로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주저하는 마음. 내 강점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서, 철이 들어서라며 이유를 찾았지만. 이제는 알겠더라. 그건 핑계라는 걸. 물론, 그동안의 경험으로 예전보다 더 신중히 고민하는 건 맞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결혼생활 동안 내 환경과 모습이 크게 바뀌어서 바뀐 생활에 내가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새로운 삶에서 생기는 장단점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결혼하며 생긴 안정적인 삶이 나에게 새로운 벽이 되었다. 올해가 가기 전,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알게 된 단기간 시간제. (일에 관해서는 계약기간이 끝난 후, 기록할 예정.) 단기간 시간제인만큼 책임감이나 업무의 강도도 크지 않기에 편하게 워밍업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사람들과의 접촉이 두려운 게 아닌가. 생각보다 더 내가 사람들과의 연락을 어려워했다.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거절당하지는 않을까. 부정적인 말을 듣진 않을까.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나라를 구하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난 너무 걱정하고, 너무 두려워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 지금 내 모습이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방향에 따라 환경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지금의 나는 어떻게 바뀐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바뀐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얻은 대신 겁쟁이가 되었다.

 

동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내 벽과 마주하고 있구나.' 결혼 전에는 결혼 전대로. 결혼 후에는 결혼 후대로. 나는 내 벽과 마주하고 있다. 벽은 견고하고, 강하고, 위압감이 느껴져서 때론 바라 보기만 해도 겁이 난다. 잘 못할까 봐. 잘못될까 봐. 하지만 강연자의 말처럼 두들겨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20대 때의 경험들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더럽고, 서럽고, 힘든 적도 있었지만 부딪쳐보니 들었던 생각. '생각보다 별 거 아니다. 저 사람도 생각보다 별 거 아니다.' 자꾸만 내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그때. 실패하고 넘어져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던 그때의 그 마음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단기간 시간제 일도 부딪쳐봐야 한다. 몇 달 후, 이 일이 끝났을 때, 나는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별 거 아니었어. 이제 새로운 일 시작해보자.'라고. 

 

기죽지 말자.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 없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없다. 내 자신에 대한 기대, 내 자신에 대한 성장에 집중하자. 서른이 넘었다고 해서 인생 끝난 게 아니니 꾸준히 죽을 때까지 경험하고 배우며 살자. 그렇게 내 삶의 벽을 하나씩 넘어가자. 20대의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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