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는 우리 집은 대학 캠퍼스 타운 내에 있는 아파트이다. 이곳에 오래 정착할 계획이 명확치 않아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 매달 월세 내는 게 아깝긴 하지만 그 외 모든 면에서 만족한다. 전반적인 아파트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집 안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실 스태프들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준다. 몸만 와서 살면 되는 아주 편리한 아파트라 약 2년째 동일한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베란다에서 보는 노을지는 풍경 -
반면 2년 사이 이 아파트에도 변화가 많았다. 주로 월세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단기로 살다가 이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 잠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 은퇴하고 사는 노부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우리가 이 아파트를 선택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대학생 비율이 낮다는 점이었다. 남편도 나도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조용하고 편리한 집이 필요했다. 따라서 월세가 조금 비싸지만 이 집을 선택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갑자기 대학생 이웃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파트 옆집, 앞집, 밑에 집에도 대학생 이웃이 들어왔다.
모든 대학생들이 불편한 이웃이 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대학교 학기가 시작되고 학생들의 파티가 시작됬다. 밑에 집에서는 금요일 밤마다 베란다를 열어놓고 크게 노래를 틀고, 소리를 지르며, 대마초를 피워댔다. 우리가 사는 주에서는 대마초가 불법인데 어디서 잘도 가져왔다 싶었다. 옆집에는 백인 남자 혼자 사는데 밤에 욕을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하루는 남편은 방에서 일을 하고, 나는 거실에 나와 혼자 티비를 보고 있는데 옆집에서 하는 욕소리가 벽을 뚫고 들렸다. 이 아파트가 소음이 심한 집도 아니고, 그 전 이웃이 살 때는 한 번도 옆집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욕하는 소리가 우리 집 거실까지 들리는 걸까 신기했다. 현관문을 열고 복도에 나가면 학생의 욕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저놈도 집에서 약을 한 사바리 한 건가.
남편과 대학생들 욕을 실컷 하고 나서 십여 년 전의 내 대학생활을 돌이켜봤다. 2019년 미국 대학생들과는 다르겠지만 나 또한 실수를 많이 했다. 말술 말아 잡수고, 당시에는 민폐인지 모를 정도로 철없게 굴었던 일들도 많았다. 그때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이해가 가면서도 우리의 거주지까지 침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불쾌했다. 대학생의 파티와 놀이까지는 이해해도 타인의 거주지까지 피해를 주는 행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못된 행동이기에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관리실에 항의글을 썼고, 요새는 잠잠한 편이다. 그래도 밤에 파티를 벌이는 건 여전하다.
미국에서 본 여러 가지 민폐 중에 유독 소리 지르는 행동이 매우 불쾌하다. 술도 마실 수 있고, 담배도 필 수 있고, 대마초도 미국에서 합법적인 주가 있으니까 그래 할 수 있다 쳐도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 동네뿐 아니라 미국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모두가 백인 남성들이었는데 욕을 하거나 무언가에 흥분해서 소리 소리치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저렇게 고래고래 질러댈 일인가. 본인만 삶이 어렵고 힘들고 흥분되는 게 아닐진대. 마치 세상에 본인만 있는 것처럼. 세상이 다 본인 것인 마냥. 이것 또한 문화적 차이인가? 모르겠다. 외국인인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참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늬들만 소리 지르고 싶니, 글 쓰면서 불쾌한 감정을 정리하고자 시작했는데 에라이. 별 차이가 없네. 오늘은 여기까지 -
2019.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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