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활한 지 1년이 지났다. 오자마자 영어 수업을 듣고, 영어 수업이 끝나자 대학원 준비를 하고 현재 진행 중이다. 나에게 미국은 남편의 직장을 따라온 곳이고, 생소하지만 여기서의 삶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일처리. 오늘은 남편과 나의 혈압 수치를 올렸던 세금 환급 썰을 풀고자 한다.
남편은 결혼 1년 전부터 이 동네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작년에 결혼을 하고 이곳으로 왔다. 올해 세금 환급을 받으려 내 개인 ITIN 번호를 신청해야 했다. ITIN은 미국 국세청에서 발행하는 미국 세금 처리 번호로 '개인 납세자 식별 번호'이다. 이 번호를 먼저 받아야 세금 환급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세금 전문 업체를 찾아갔다. 우리가 방문했던 'H&R BLOCK'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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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ITIN 번호 신청 겸 세금 환급 신청 겸해서 갔다. 세금 환급은 남편이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지만 어차피 내 ITIN 번호도 받아야 하고, 두 가지를 함께 신청하는 서비스 가격이 198불이어서 한번 진행해보자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신청하면 끝인 줄 알았던 세금 환급의 여정이 이제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가 직접 H&R BLOCK 사무실로 찾아가기를 총 7번.
첫 번째 방문.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 세무사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돌아감.(7월 첫째주)
- 세무사는 1주일에 1, 2회만 사무실을 나온다고 했다.
두 번째 방문. 세무사와 만났으나 전산 시스템의 오류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서 돌아감.(7월 둘째주)
- 세무사가 오랫동안 휴가를 다녀온 사이에 바뀌어서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럼 미리 우리 만나기 전에 말을 해주지.
세 번째 방문. 세무사와 만나 진행할 서비스 내용 및 필요 서류를 제출하고 198불 결제함.(7월 넷째주)
- 나는 뭣도 모르고 여기서 다 끝난 줄 알았다.
네 번째 방문. 세무사가 제출할 서류 내용 및 확인과 싸인을 위해 방문해달라고 연락 와서 감.(8월 둘째주)
- 올여름, 계속 전산 시스템 접속이 안되고 오류가 많아 서류 접수가 늦어졌다고 함.
다섯 번째 방문. 내 ITIN 번호가 승인 안 되었다는 우편을 집으로 받고, 세무사를 찾아감.(9월 중순)
- ITIN 승인 거부 이유로는 서류 미비. 세무사가 내용 확인하고 우리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그 다음주에도 연락이 오지 않음.(이건 무슨 경우?)
여섯 번째 방문. 우리는 화가 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으로 사무실을 찾아감.(9월 중순)
- 세무사나 사무실에서 연락을 주지 않으니 미리 예약을 할 수도 없어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직원은 분명 본인이 세무사에게 말을 했고, 세무사가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너희에게 연락을 아직 안 주었느냐? 라며 되려 우리에게 묻는데 어쩌란 말인가. 세무사와 전화 통화를 해서 한번 더 언지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일곱 번째 방문. 세무사가 다시 서류를 재작성해서 서류 확인 및 싸인을 하러 감.(9월 말)
- 세무사 말로는 본인 번호 갱신이 늦게 되었는지, 업체에서의 문제였는지 모르겠다며.(그럼 우린 압니까.)
진짜 화딱지 나는 세금 환급이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ITIN 번호 만들기와 올해 세금 환급을 다 받았다! 우와. 속 시원하다! 그렇게 총 걸린 시간은 7월부터 11월 13일까지. 약 4개월 반이 걸렸다. 이 동네에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내가 느낀 이들의 일처리는 자동차 세금을 내면서 만난 공무원도 심지어 사기업인 H&R BLOCK도 비슷했다. 아니, 일 진행 안 된걸 고객에게 기다리라 하고, 우리도 모르겠다고 말하면 고객이 그걸 알겠는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 직장 생활까지 하고 이 동네에 온 나로서는 생소하고 이해하지 못할 경험들이었다. 우와. 일처리가 이렇게 되는구나. 우와. 말도 안 돼.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나라, 이 동네의 룰과 그들만의 방법이 있는 것을. 이제 ITIN 번호도 받았겠다 남편하고 다짐했다. 내년부터는 우리가 온라인으로 하자! 남편은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그동안 본인이 직접 세금 신청을 인터넷으로 해왔었기에 무리가 없다고 했다. 올해 세금 환급 과정은 남편과 나에게 생소하고 불쾌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이 또한 타지에서 살면서 겪는 경험이라 생각하자. 새로이 깨달은 점과(가능하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손 타지 말고 직접할 것) 환급 과정이 끝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지. 오늘은 여기까지-
2019.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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