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언급하지만 체력이 약하신 분들은 걸어서 스탠리 공원을 다 보려 하지 마시길.
사서 고생하는 타입인 나는 스탠리 공원을 걸어서 다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신나게 걸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공원에 들어갔다.
https://vancouver.ca/parks-recreation-culture/stanley-park.aspx
Stanley Park
Vancouver's Stanley Park is a world renowned park and tourist attraction. Learn more about what to see and do in this magnificent green space.
vancouver.ca
스탠리 공원 홈페이지에서 발췌 -
스탠리 공원 전체 모습은 위 지도와 같다. 나는 왼쪽방향부터 해변 방향으로 바다를 보면서 걷기로 했다. 날은 쌀쌀했지만 걸으니 땀도 나고 햇볕 나는 부분은 따스해서 걷기 좋았다. 짧은 기간 동안 나에게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되짚어보며 생각도 하고, 경치도 구경하고, 사람도 구경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다. 걸어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도 첨부한다. (찍다 보니 캐나다 여행 사진 절반이 스탠리 공원이었다.)
스탠리 공원 입구에서 본 'Lost Lagoon' 호수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연경관 끝내준다 -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숲
나처럼 여행 온 사람들, 동네 주민들, 어르신, 아이들, 휠체어 탄 사람들, 강아지 등등. 얼마나 볼게 많았는지. 무엇보다 오랜만에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내 마음도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이런! 중간에 해변 도보길이 끊겨 있었다. 끊긴 길 너머로 보니 도보를 재정비하는 것 같았다. 베인 나무들과 여러 장비들이 놓여있는 것을 보아하니. 어쩔 수 없이 예쁜 해변 도보를 벗어나 공원 안쪽 숲길로 걷기 시작했다.
도보 안내판. 안내판이 자주 많이 보였고, 현 위치를 하얀색 핀으로 표시해놓았다.
경사진 숲길을 걸어가니 드디어 만난! Prospect Point! 이 경치를 꼭 보고 싶었다. 스탠리 공원에서 Lions Gate Bridge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었다. 자연 경관을 보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추! 한다.
Prospect Point 경치
솔직히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 해도 이미 힘들었다. 하지만 공원 절반을 걸어왔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집념이 생겨 서쪽을 돌았으니 나머지 동쪽을 돌기로 했다. 그러나 동쪽 해변 도보를 걷는 길을 막아놔서(모든 시즌 때마다 길을 다 열어놓는 건 아닌가 보다.) 할 수 없이 다시 공원 숲길로 걸어갔다.
해변 도보의 모습과 달리 공원 안 숲길은 마치 정글과 같았다.
다시 남쪽으로 중간쯤 내려와서는 우와- 힘들다-라는 곡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숲길에 사람도 없어. 난 길을 잃지 않아야 해! 다짐하며 휴대폰 GPS를 켜며 내려왔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다. 오히려 조용한 숲길을 나 혼자 오롯이 느끼며 걷는 기분이란. 힘들지만 기꺼이 올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 길 잃어버릴 걱정은 넣어두시오.
날씨만 따듯했다면 오랫동안 앉아 있다 오고 싶었다.
Prospect Point 이후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생각해보니 중간중간 에너지 보충해줄 음식도 안 가져갔었다.) 점점 찍은 사진이 없다. 공원 코스를 다 돌고 공원을 나가기 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의자에 잠시 앉아 쉬었다. 이때쯤 되니 내 인생에 고민과 심도 깊은 생각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아- 힘들다-라는 생각밖에. 그래도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넋 놓고 보다 왔다.
시간을 따져보니 공원을 걸어서 다닌 시간은 약 4시간. 주전부리 먹으면서 걸어 다녔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하고자 하는 마음에 비해 내 체력과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 (그다음 날, 완전 뻗어버림-) 자전거를 타고 돌면 더 빠르게 다닐 수도 있겠다. 힘들긴 했지만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치가 좋았다. 특히 길치인 나도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곳곳에 표시된 안내판이 아주 좋았다. 차로도 많이들 보던데 차로 잠시 경관을 보는 것과 직접 걸어서 구경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공원 입구, 밴쿠버 시내에 안에서 자전거를 쉽게 빌릴 수 있으니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것도 좋겠다. 벤쿠버 여행 가는 사람들은 한번 다녀와 보시길!
오늘은 여기까지 -
2019.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