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9 - [인생경험 기록중] - 한국판 뉴딜 일자리 후기 1 - 저희 언제 일 시작하나요?
2021/02/04 - [인생경험 기록중] - 한국판 뉴딜 일자리 후기 2 - 드디어 업무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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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 특화조사> 11월 둘째주~11월 넷째주까지.
자괴감과 답답함이 난무했던 공통조사가 어찌어찌 끝난 후, 특화조사를 시작하였다. 특화조사는 어르신 돌봄 관련한 사회적 경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과 그 가족들의 생각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기초 조사였다. 즉, 특화조사 대상자는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이번 조사는 대상자, 설문지 내용이 동일하여 모든 조사원이 같은 내용으로 활동하였다. 조사원 업무 시간에 따라(주 20시간, 주 30시간, 주 40시간) 조사 대상자 수만 다를 뿐이었다. 주 20시간 일하는 나는 어르신 5명, 어르신 돌보는 성인 가족 3명, 총 8명에게 설문지를 받아야 했다.
첫 공통조사에 비해서 특화조사는 대상자 수도 적고, 조사 내용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조사 참여가 가능한 어르신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다행히도 사업 수행기관에서 어르신 모임이나 단체를 조사원들에게 계속 소개해주었다. 소개가 없었다면 대상자 찾고, 연결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내 경우, 처음에는 지역 주민 회의에 나가 설문지를 2부를 받고, 두 번째는 어르신들 건강 모임에서 1부 받았다. 남은 설문지 2부만 더 받으면 되는지라 걱정하지 않았는데... 코로나가 문제였다.
코로나로 인해 각종 모임과 관련 시설들이 문을 닫아서 어르신 뵙기가 어려웠다. 혹시나 하고, 아파트 경로당을 찾아갔지만 역시나 문은 닫혔고, 아무도 볼 수 없었다. 터덜터덜 나오는 길. 이게 웬걸? 아파트 정문 돌? 조형물에 남성 어르신들이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보아하니 모여서 자판기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시는 듯했다. '길거리에서 조사를 부탁해도 되나?! 안 되나?!'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아마 경로당을 다니는 분들 같은데 코로나로 경로당 문이 닫혀 밖에 나와 계신 듯 했다. '그래. 저분들께 가보자!' 길바닥이긴 하지만 어떤가. 어르신들 뵙기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길바닥에 쭈그려 앉아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 조사 설명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이것들이 약을 파나?'라는 경계의 눈빛이었지만 그래도 말을 끝까지 들어주셨다. 그리곤 곧장 조사에 참여해주셨다. 오! 이렇게 감사할 때가! 그것도 단번에! 공통조사에서 퇴짜 맞았던 게 익숙해져서 그런가. 호의적인 어르신들이 감사했다. 이 분들 뿐 아니라 앞서 조사에 참여해준 지역 주민회, 건강 모임 어르신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다.
계속되는 설문지 질문에 귀찮을 법도 한데 열심히 참여해주시고는 조사원에게 커피까지 한잔 뽑아 주셨다. 조사 참여를 끝낸 어르신들과 소소한 담소를 나눴다. 원래부터 몸이 아파서 멀리 나가진 못하고 동네 노인정에 다니는 정도였는데 코로나로 그것마저 문 닫고, 집에만 있으려니 오히려 몸이 아픈 거 같아 길거리에라도 나와 있는다며 너털웃음들을 지으셨다.
그렇게 약 3주간 특화조사는 수월하게 끝났다.
<4단계 - 사회적 경제 공부할까요?> 12월 첫째주 ~ 12월 둘째주까지.
조사원으로써의 일은 다 끝났고, 계약 종료까지 2주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기간에는 지역구의 사회적 경제 기관 뉴스나 인터넷 정보를 찾는 활동을 했다. 하루에 한, 두건 정도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기사, 칼럼, 영상 등 정보 링크와 간략한 기록을 남기는 일이었다. 하루 5분~10분 정도만 쓰면 그 날 하루치 업무 끝- 누워서 떡 먹는 게 더 어려웠겠다. 그리고 일이 끝났다.
공식적 근로 계약 2020년 9월 14일 ~ 2020년 12월 13일. 약 3개월 동안 태어나 처음 '한국판 뉴딜 일자리'라는 걸 체험했다. 개인적인 기대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 부분이 많았지만 몸만큼은 편안히 쉬었다. 내 몸뚱이 하나는 힘들게 뛰거나 쓰지 않아 편안하긴 했는데, 마음이. 마음이 불편했다. 이렇게 해서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이 월급을 받아도 되는 건가, 나라에서 하는 일자리란 다 이런 것인가. 일을 했지만 일한 것 같지 않은 듯한 요상한 자괴감, 무력감, 수치심 등이 올라왔다. 불편한 감정과 편안한 몸을 동시에 지닌 모순적인 시간이었다.
정부가 자신 있게 내놓은 '한국판 뉴딜 일자리'의 현실을 보자면 '이건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사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거나, 일자리 창출 준비를 더 공들여하지 않는 이상 국가에서 제시하는 일시적인 일자리 사업은 욕먹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개인 수당을 사람들에게 그냥 주거나. 일자리 같지 않은 일자리를 만들어 숫자만 홍보하는 건... 정부가 하는 일 치고는 너무 저렴하지 않은가.
'한국판 뉴딜 일자리'가 뭣도 아니게 마음에 안 들었던 1인으로서 남기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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