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갔었지 - 남산에서 들었던 생각 1

생각

남산을 갔었지 - 남산에서 들었던 생각 1

이보통입네다 2021. 4. 1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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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완연한 봄.

 

어제 내내 비가 오고, 날이 살짝 쌀쌀했다. 일이 늦은 오후 시간대라 오전부터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었다. 

 

이제는 내가 밖에 나가고 싶다 해서 아무 때나 나갈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렸으니... (미세먼지에 피부와 두피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1인.)

 

이런 날씨에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오전부터 부산을 떨며 나왔다. 향한 곳은 남산!

 

남산에는 좋은 추억이 많다. 내가 힘들 때, 좋을 때, 꼭 한번씩은 갔던 곳. 위에서 아래 빽빽한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래, 내가 저 답답한 곳에서 좁은 생각만 했구나. 다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 기운을 얻어가곤 했다.

 

02 버스를 타고 남산 초입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내리쬐는 햇살과 알록달록한 식물들이 보였다. 짧은 경사길을 오르자마자 왼쪽으로는 남산타워가 오른쪽으로 서울의 정중앙 풍경이 보였다. 아쉽게도 남산타워의 상징 '팔각정'은 보수공사 중이라 볼 수 없었다. 

 

 

날씨, 공기, 남산타워. 로맨틱. 성공적.

 

 

대신 오른쪽에 서울의 정중앙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데크 공간이 있다. 사람들이 편히 앉아서 풍경을 볼 수도 있고, 바람을 쐴 수도 있는 공간. 나도 자리 잡고 앉아 풍경을 보는데 기가 막히게 좋았다.

 

 

서울 정중앙 풍경. 잠깐 낀 구름.

 

 

이어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풍경을 보았다.

 

탁 트인 풍경을 보며 내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제일 먼저 조바심 내는 마음이 보였다. 종착지 없는 기차 마냥 급하게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안 하면 뒤쳐지는 것 같아 일을 벌인다. 일은 벌이고, 끝까지 매듭짓기 어려워한다. 

 

긴 안목으로 넓고 깊게 생각해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고, 빨리 무엇인가를 해내고 싶어, 이것저것 들쑤셔 보고, 또 만족하지 못한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대학원 진학을 못했던 것이 마음 속에 내내 남아 있고, 갑작스레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다시 새롭게 내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 그것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자기만족이 안 되는 거지.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금 이 시간을 나를 위해 온전히 쓰다 보면 그게 결과든, 과정에서든, 내 만족이 될 텐데.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급하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반성. 

 

사람이 참 바보 같은 게. 남산 저 아래에서 살다 보면 내가 얼마나 작은지 잘 못 느끼는데. 한걸음 멀리 떨어져서 보면. 내가 참 작은 존재이고, 인생에서 작은 걸 가지고 성급하게 고민한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느끼며 살면 이리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텐데.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이렇게 한 번씩 깨닫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 정말 사람이 힘들고, 어려우면 뒤돌아볼 여유도 없는데. 지금 나는 내 생애 중 심적/상황적 여유를 둘 다 갖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자.

 

 

사뿐히 즈려밟은 벚꽃길.

 

 

내 우울한 20대에는 그랬다. 아빠 사업이 망하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던 그 시간 속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당장 매달 먹고사는 것만 생각하며 살았다. 전쟁통에서 총알을 맞았던 건 부모님이었지만 전쟁에서 일어난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건 가족 모두가 동일했다.

 

오직 먹고 사는 것만 보고 산지 딱 2년이 지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는 건 희망도 꿈도 없이 사는 거구나.'

 

베이비붐이었던 부모님 세대에는 극소수만이 본인의 적성과 꿈을 찾아가고, 나머지는 가족들과 먹고살기 위해서 일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희생하고 함께 살았다면 MZ세대에 속하는 나는 내 자신이 중요했다. 경험해보고 싶은걸 하는 게 우선이고, 한번 사는 인생 의미 있게 살고 싶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00733&cid=43667&categoryId=43667

 

M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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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족 침체기 10여년을 보내고 30대가 된 지금. 다시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다. 20대에 부족했던 건 무엇이었는지, 생각 못 했던건 무엇인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되돌아보니 나는 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했다. 20대에 치열하게 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 성찰인데. 나는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회피 뿐이었다.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 우울하고, 화가 치밀어올라 생각하기를 피했다.

 

30대인 지금. 그럼 100% 제대로 살고 있냐고 질문한다면 역시나 NO이지만. 다만, 전보다는 덜 회피하고, 더 나아가려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간 살아오면서 사회생활, 연애와 결혼 등의 여러 경험으로 내가 조금씩 다듬어진 덕분이다.

 

인생 참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오늘처럼 괜찮은 사람이 되려 고민하며 산다면 되지게 힘들어도 삶은 살아갈만 하지 싶다. 그 속에도 기쁜 날이 있으니까.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 지금 그 감사함을 아는 내가 있는 것처럼. 

 

남산 덕분에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앗싸. 오늘 하루 참 값지다.

 

남산 돌아다녔던 코스와 방문 장소들은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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