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다시 돌아간다의 의미

생각

한국으로 다시 돌아간다의 의미

이보통입네다 2020. 10. 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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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떠나기 전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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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직장을 한국으로 옮겼다. 내년 초에 옮길 수도 있지만 현재 미국 내 상태가 좋지 않기에 (코로나, 시위) 올여름 안에 한국에 들어가기로 했다. 3월 코로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우리 부부의 생활은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남편은 꾸준히 이직을 하려고 준비해왔는데 그게 덜컥! 그것도 이번에! 게다가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쁘면서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 일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유는 크게 2가지.

 

남편에게도 말했었지만 나는 꼭 한국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직한다면 한국 근처 싱가포르, 홍콩도 좋겠다! 남편과 이야기하곤 했다. 한국에 가면 살기엔 훨씬 편안하지만 그만큼 감내해야 하는 삶이 펼쳐질 테니. 결혼하고 바로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남편과 나는 소위 한국식 결혼생활을 하진 않았다. 해외에 나와 사는지라 시댁과 친정 등 가족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이에 관해 남편과 문제가 생기거나 싸우지도 않았다. 오히려 우리 둘에게 혹은 개인에게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또한 한국에서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다양한 오지랖을 듣지 않아 정신건강에도 좋았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다시 마주하려 한다 생각하니 마음에 불편감이 올라오더라. 간혹 친구들을 못 만나서 힘들지 않느냐는 말도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친한 친구 한, 두 명 하고만 연락하고 수다해도 나는 충분했다. 그 이상의 만남과 관계는 오히려 소진되었다.

 

또 하나, 내 미래에 대한 걱정. 대학원 준비를 위해 약 1년간 미국에서 준비를 했다. 혼자 하느라 어려움도 있었고, 시간도 걸리긴 했지만 대학원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펀딩이 막혀 걱정하던 찰나 남편 이직이 확정되었다. 결국 대학원은 포기했다. 예상외로 이직 결과가 빨리 나왔고, 좋은 곳에 좋은 시기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너무 감사하고, 기뻤지만, 동시에 다시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결혼하고 미국에서 약 2년 동안 직장이 없다는 게 불안하면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막막하기도 했다. 한국에 가면 훨씬 일을 찾기에는 쉬울 것이나 그동안 준비했던 대학원과 한국어교원자격증은 어떻게 할 것이며, 그동안 이직 후에 생각하기로 한 임신에 대한 고민거리도 함께 왔다. 남편은 하나씩 본인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데, 나는 정체되어 있는 기분. 자신 있게 직장을 다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사회생활을 하던 나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시작할까. 기본에 했던 직장? 새로운 한국어 강사?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휙휙 바뀌어 혼란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우리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 잘해서 애 낳고 살면 되는 거지 뭐가 고민이냐. 우리 아빠가 내 이야기를 들으면 가족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왜 그리 너 혼자만 생각하고 이기적이냐. 하실 테지. 하지만 나는 이미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되었다. 남편은 내가 일일이 챙겨주지 않아도 자기 일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성인이며 나에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다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욕할 수 없을 텐데. 왜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가면 또다시 시작이다. 

 

다사다난했던 미국에서의 신혼생활. 이젠 안녕- 한국에서 다시 시작!

 

2020.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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