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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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게 된 이유

이보통입네다 2020. 10. 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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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나 늦은 나이에 집에서 독립했다. 원래 취직을 하면 직장 근처에 집을 얻어 나가는 게 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앞 글에서 썼다시피 집이 어려워졌고 혼자 독립할 수 없었다. 첫 취직하고 초반에는 부모님과 함께 생계를 꾸렸고, 가족이 함께 살았다. 집이 안정될 때까지 독립 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다 독립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생겼다. 당시 결혼을 생각했던 남자 친구와 헤어진 게 그 이유였다.

 

'개객끼'와 헤어진 글은 아래에.

2019/05/11 - [생각하는 중] - 성매매 남친과 헤어진 썰을 풀어보자

 

성매매 남친과 헤어진 썰을 풀어보자

살면서 이불 킥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그 일이 누워서 내 얼굴 침 뱉는 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오늘 글은 나를 힘들게 했던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내 자신을 반성하는 글이기도 하다. 내가 분노..

leenormal87.tistory.com

 

부모님께 남친을 인사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부모님께 꼭 말을 해야 했다. 그래서 부모님, 나, 남동생 다 함께 호프집에 갔다. 헤어진 사실을 말하고자 일부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다들 맛있게 닭을 뜯고 있을 때, 헤어진 사실을 말했다. 당연히 나에게 질문이 왔다. 왜? 그래서 최대한 덤덤하게 말했다. 성매매해서.

 

근데 히트는 내 부모님의 반응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반응은 나쁜 새끼라고 욕해주고, 잘 헤어졌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부모님 반응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엄마 왈,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너 결혼한다고 다 말했는데. 그리고 남자는 그럴 수 있어. 니가 이제 곧 서른인데 헤어지면 어디서 남자를 만날래?"  

아빠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나에게 말했다. "니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들어봐라.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안 하는 남자는 아주 소수다. 오히려 성매매를 안 하는 애는 쪼잔하고 어디 성격에 문제가 있는 애다."

내가 쓴 이 글을 보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부모의 모습이란.

 

충격적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모습이었다. 부모님의 말에 또 나는 바보같이 마음과 손이 달달 떨렸다. (나는 충격만 받으면 혈당이 떨어지나 보다.)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듣고 난 충격은 꽤나 오래갔다.

 

그 뒤의 일들이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결국-

나와 부모의 삶은 다르다.

매우 사실이지만 나는 매우 늦게 깨달았다. 나이 들고, 돈만 번다고 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것이 아니다. 서로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때부터 나는 부모와의 독립이 가능해졌다. 

 

내가 부모님의 말에 분노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 부모와 나를 분리하여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부모라면 당연히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하고. 내가 원하는 말을 해줬으면 하고. 나를 응원해주어야 한다.'는 생각. 그 바람이 나의 부모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전제하에 나오는 것임을 깨닫는데 꽤 오래 걸렸다. 

 

여전히 나는 우리 부모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매우 화도 난다. 하지만 또 생각한다. 나와 부모는 다르다. 우리는 부모-자녀 관계지만 각자의 삶을 각자의 주관을 갖고 사는 것일 뿐. 그렇게 나는 20대 후반 뒤늦게 부모에게 독립했다.

 

그 날 이후로 부모님과 몇 개월 냉전 시간을 갖고는 독립할 방을 구해 나왔다. 처음 집에 나올 때, 달랑 짐 하나 들고 나왔다. 엄마가 생각했단다. "쟤가 정말 짐 싸서 나가는구나." 

 

그 뒤로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 나는 부모와 나의 삶은 다르다 생각하면서도 부모에 대한 불쾌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엄마는 엄마 성격대로 나에게 부정적인 말과 감정을 쏟아냈다. 그래서 나는 서로 최대한 적게 만나고 독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독립을 했고,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갔다. 

 

사람들 각자 독립하는 이유가 다르지만 나는 전남친 성매매에 관해 부모와 이견 차이로 집에서 나왔다. 글로 써보니 좀 웃기기도 하지만 사실이다. 전남친의 성매매는 내 인생에 많은 것을 바꿨다. 매우 긍정적으로. 그 첫 번째로 어른으로써 집에서 독립했다. 부모를 욕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나는 생각이 다르고 삶도 다르다. 그동안 깨닫지 못한 부분을 전남친(일명 개객끼)를 통해 알았다. 덕분에 나는 더 성숙해졌다.

 

살면서 나의 핏줄인 부모, 가족과 서로 달라 힘든 사람들 많을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진리로 알면 된다. 우린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특히 성인이 된 자녀라면 특히나. 부모의 말, 생각, 생활, 삶과 분리되어야 온전한 어른으로 살 수 있다. 나는 독립하면서 드디어 내 삶을 살 수 있었다. 처음 독립한 원룸 공간에 짐 하나 들고 들어설 때, 내 안에 있는 어떤 끈 하나가 탁- 소리 내며 끊어진 듯했다. 그리고 나는 더 자유롭게 살았다. 전남친 성매매로 달라진 나의 삶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글에-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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