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의 짜릿한 자유

생각

호캉스의 짜릿한 자유

이보통입네다 2020. 10.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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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까지만 해도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역마살이 끼었다고 해도 바로 인.정.할 정도로 여기저기 돌아다닌 후, 30살이 되었다. 아주- 신기하게도 30살이 되자마자 그 해에 아홉수가 다시 낀 것 마냥 건강이 안 좋았다. 그 이후, 내 몸은 전혀 20대와 같지 않았다. 지금도 매해, 매년 지날수록 체력이 점점 더 떨어진다. 그렇게 밖을 돌아다니던 나도 이제는 실내가 좋아지고, 활동량도 많이 줄었다. 그러면서 내 자유시간을 쓰는 방법도 달라졌다. 그것은 바로. 호.캉.스.

 

20대에 호캉스를 들었을 때는 무슨 돈지랄인가 생각했다. 그 돈으로 조금만 더 모으면 다른 나라도 갈 수 있고, 다른 지역도 몇 날 며칠을 다닐 수 있는데. 왜 굳이 그 비싼 돈을 하루, 이틀 잠깐 머무는 호텔에 쓰는가.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다 필요 없다. 호캉스가 최고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집순이의 기질을 갖고 있었다. 앗싸리 밖에 나가서 놀러 다니거나 아니면 여러 날 집에 있는 내 공간에 콕 박혀있거나. 다만 20대에는 새로운 환경, 독립, 성인으로서 느끼는 온전한 자유를 만끽하느라 그렇게 돌아다녔던 것. 그만큼 체력도 따라줬고. 또 한창 친구들도 같이 놀러 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었기에 함께 만나 놀기도 하고, 나 혼자 즐겁게 내 시간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30살이 되면서 체력은 떨어지고, 돈은 그나마 20대에 비해서는 벌고, 친구들 하나 둘 결혼을 하거나 각자 다른 삶을 사느라 바쁘고. 상황이 20대와는 많이 바뀌었다. 그렇게 찾게 된 새로운 자유시간. 호캉스!

 

하지만 호텔을 가도 걱정거리는 항상 있다.

첫 번째, 몰카. 사실 이 몰카 때문에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 모텔 등 다른 숙박업소를 꺼리게 된다. 호텔이라고 크게 다를까 싶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심이 된다. 

두 번째, 혼자 자기. 혼자 자유시간을 보내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는 건 너무 좋은데 혼자서 잠이 드는 건 약간 무섭다. 특히 결혼하고 나서는 항상 남편과 함께 자다가 혼자 잘 때, 유난히 더 무서움을 느낀다.

세 번째, 호텔 안에서만 유독 빨리 지나가는 시간. 이상하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일 텐데, 호텔에만 들어가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아쉬워-

 

한국에 장기간 머무는 동안 나는 친정에 있다. 그 사이 부모님은 내 방을 아빠 서재로 바꾸었다. 그래도 혹시나 내가 와서 쉴 때, 편하게 머무르라고 침대도 더블로 크게 사고,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내 공간은 아니었고, 편하게 머물 수도 없다. 아빠가 자랑스럽게 버리지 않고 가지고 온 사무실용 책상과 높이가 서로 맞지 않는 의자는 내가 글을 편하게 쓸 수 없다. 또한 지랄병인 내 동생이 있는 집은 머물러도 마음이 불편하다.

 

지랄병 걸린 내 동생 이야기는 아래에.

2019/05/10 - [생각하는 중] - 지랄병 돋은 내동생

 

지랄병 돋은 내동생

인터넷 상에 동생 욕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긴 하지만 쓸 건 써야지. 하나뿐인 내 남동생은 성격이 지랄 맞다. 워낙 서로 기질 자체가 달라서 동생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아- 객관적으로 봐도 이건 지랄..

leenormal87.tistory.com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일이지만 씁쓸하고 불편하다. 이럴 때, 호캉스를 가면 마음이 그리 편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 와서 2번 호캉스를 다녀왔다. 1번은 강릉 여행 가서 보낸 곳, 1번은 서울에서 자주 가는 호텔에서 혼자 편히 보냈다. 

 

서울 호텔 도마(HOTEL DOMA)

https://www.agoda.com/ko-kr/hotel-doma-myeongdong/hotel/seoul-kr.html?cid=-218

 

서울의 호텔 도마 명동 (Hotel Doma Myeongdong) :: 아고다 - Ag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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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점이 뚜렷한 곳이다. 장점은 가성비 좋고, 충무로 역에서 걸어서 1분 정도로 가까우며, 룸 컨디션이 좋고, 예전에 지어진 곳이라 공간이 넓다. 단점은 룸별로 컨디션 차이가 매우 심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디럭스 더블'이상으로 예약한다. 전에 한 번 돈 아껴보자고 '스탠다드 더블'을 예약해서 방에 들어가 보니 너무 공간이 작았다. 다행히도? 그 공간에 락스 냄새가 너무 심해서 호텔 측에서 '디럭스 더블'로 방을 변경해주었다. '스탠다드 룸'은 공간이 너무 작고, 위치도 건물 코너와 도로에 있어 소음도 있었다. 다만 '디럭스' 이상으로 올라가면 룸 위치가 건물 중간이고, 공간도 넓고,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또한 이 호텔이 위치한 충무로역이 주변에 상권이 크지 않아 명동이나 동대문 등 여행지나 구경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치가 불편할 수 있다.

 

자주 가는 호텔 도마 디럭스 더블 룸

하지만 나처럼 조용히 호텔방 안에서만 쉬고 올 사람들에게는 좋다. 특히 '디럭스 더블'. 개인적으로 약간 어두운 조명을 좋아하는데 여기 조명이 그렇다. 너무 밝지 않고 약간 어두운 정도. 조용히 혼자 영화를 보거나 노트북을 하기 너무 좋다. 아- 글 쓰는 지금도 또 가고 싶다.

 

여기보다 더 비싸고 휘황찬란한 호텔을 누가 가기 싫어하겠는가. 근데 너무 비싸니까- 하루에 그렇게 몇십만 원을 쓸 수 없으니까. 도마 호텔은 1박에 10만 원 미만으로 다녀올 수 있다.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 버텨주세요. 충무로와 동대문 주변 상권에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생겼더라. 혹시나 오래된 도마 호텔이 싹- 갈리고 새로운 게 생길까 걱정되지만 다행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 없어지지 마-

 

강릉 호텔은 강릉 여행기를 쓸 때, 내용 넣어야겠다. 아- 호캉스 너무 좋다. 다시 미국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가야지. 호캉스 자주 가려면 열심히 돈 벌자! 알럽뷰 호캉스 :)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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