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나는 분명 아주 조용조용히 조심조심히 다녔는데 글쎄- 그 사이 사고를 냈다. 아- 나의 마이더스 손은 태평양을 건너서도 여전한가 보다-
확실히 내가 사는 곳은 한국보다 운전하기가 편하고 안전하다. 급한 사람들도 많지 않고(아예 없다는 뜻은 아님), 양보 운전이 일반적이며 주차나 도로 공간이 넓어 SUV 자동차도 운전하기 좋다. 그런데도 왜 사고를 냈느냐. 100% 내 잘못이었다.
물론. 이 정도 사고는 아니었다-
그 날은 처음으로 지인 집에 방문하는 날이었다. 첫 방문이었지만 지나가면서 자주 봤던 곳이기도 했고,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 곳인지라 혼자 운전해서 갔다. 문제는 주차였다. 초대받은 시간이 저녁 때라 우선 깜깜했고, (변명입니다) 혼자 모르는 곳을 운전해서 가는 것이 처음인지라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주차하고서 보니 어라? 내가 장애인 주차 구역에다가 차를 세웠네?! 완전 당황. 그렇게 당황할 일도 아니었는데 머릿속에는 얼른 차를 빼서 다른 곳에 주차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래서 후진을 하는데 순간 콰광-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알고 보니 뒤에 이미 주차 잘해 놓은 차를 내가 가서 박은 것이다.
아-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한다. 그 건물 주차장은 관리소 앞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그 날 관리소에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서 내가 소리를 크게 내면 차를 박았으니. 많은 이들이 현장 목격을 한 거지. 순간 너무 당황해서 얼른 다른 곳에 차를 운전하고 다급하게 내려 내가 박은 차에 갔다. 차 주인을 찾으러 두리번거리는데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다. '차 주인 관리소 안에 있다고.' 그렇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차 주인이 관리소에서 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아- 그는 덩치 좋은 젊은 백인 남성이었다. 아마 대학교 학생이 아닐까 싶었다. 문제는 내가 너무 당황했던 거다. 사고를 냈고, 내가 사고 낸 차 주인이 나에게 걸어오는데 그 심정은 참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다. 내가 너무 당황하면서 미안하다를 연발하니 차 주인이 오히려 나를 안정시켰다.(미안합니다-) 그는 차분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얼마 전에도 다른 사람이 본인 차를 박았었다면서 나에게 말했다. 헐-
차분한 그를 따라 사고 난 차 뒤 범퍼를 보는데 오른쪽?이 깨졌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 내 보험 번호를 물었고, 나는 다급하게 내 차로 뛰어가 자동차 보험증서를 보여주었다. 그는 내 보험 번호를 휴대폰에 기록하더니 내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이런 사고가 처음인지라 그에게 미국에서는 차 사고 나면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다. 그 순간 왜 그런 질문이 입 밖에 나갔는지 모르겠다. 분명 미국 오기 전에도 자동차 보험, 사고에 대해 알아보고 갔는데 직접 그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물어보고 말았다. (미국에서 남편과 나를 지켜주는 자동차 보험 GEICO)
그는 친절히 대답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주인이 가입한 보험회사끼리 차 사고를 처리한다고.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에 내 차 보험 번호를 알려주고 상태를 말하면 그 보험회사에서 내가 가입한 보험회사와 이야기해서 처리한다는 것.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고 했다. 알겠다고 말하고 서로 빠이빠이하며 헤어졌는데 아- 너무 미안했다.
그러고 밤에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말하고는 바로 인터넷으로 접수 신청을 했다.
클레임 센터에 먼저 차 사고 상황을 접수한다. 사고 난 날짜, 어떤 사고였는지, 차 어느 부분이 손상되었는지, 누구의 문제였는지 등등 세세하게 정보를 기입하고 나면 접수 신청이 된다. 그 후, 직원이 접수 내용을 파악하고, 어디까지 사고가 처리되고 있는지를 인터넷 혹은 모바일로도 상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고 상황을 확인하고, 마지막 접수 완료를 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내가 아직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고, 특히나 전화로 하는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는지를 물어보니 없다는 답변이 왔고, 전화한 직원과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내가 인터넷에 신청했던 내용을 하나씩 다시 물어보며 확인했고, 나와 남편이 함께 보험 가입자인지 확인했다. 중간중간 안 들리는 단어를 물어보면 그는 끈기 있게 설명해주었다. 통화 시간은 꽤나 길었고, 휴대폰을 귀에 바짝 갖다 대느라 손에 땀이 났지만 잘 마무리되었다. 그는 며칠 이내에 사고 신고가 완료될 것이라 말하고는 끊었다.
미국에서 차 사고로 내가 깨달은 것은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 아무리 운전하기 편한 곳이라고 해도 끝까지 안전 운전할 것. 그동안 자신감에 차서 운전을 막 하고 다녔던 나에 대한 반성- 두 번째, 전화로도 영어가 편하도록 꾸준히 영어 공부할 것. 미국에서 은근 전화로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병원도 진료 예약하고,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듣는 것도 전화로 하기 때문.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 살려면 영어 실력을 꼭 끌어올릴 것. 나와 한 약속-
그리고 어디에 가서든 차 사고 내지 말 것. 조심 또 조심. 이 사고 때문에 나와 남편 자동차 보험금도 올라갔으니 반성...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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