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부인과 경험 기록하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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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부인과 경험 기록하기 - 1

이보통입네다 2020. 10. 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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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 겪어본 병원.

이 글을 어느 테마로 넣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경험한 의료 서비스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한국이랑 달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적응이 필요했던 경험이었다.

 

미국에서 해 본 첫 의료 진료는 산부인과이다. 한국에서 6개월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던지라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드디어 검사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말 가기 싫었다. 미국의 지독한 의료 체계에 대해 익히 들었던지라 직접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내 몸이 제일 중요하지, 어차피 살면서 경험해야 할 거 해보자!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마치 미션 콤플리트-하는 학생처럼. 

 

 

첫 번째, 대학교 내 의료 시설.

보통 1차 진료를 위해 동네 주치의를 찾아가지만 나는 남편이 일하는 대학교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대학교 내 의료 시설을 찾아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싶다고 말하고 접수했다. 산부인과 의사는 매일 상주하지 않기에 의사가 오는 시간에 미리 예약해야 했다. 예약하고, 다음에 예약 일시에 맞춰 다시 방문했다. 매우 B 사감스런 백인 중년 여성이 긴 차트지를 주었고, 기본 정보를 작성했다. 영어가 짧은 데다 의학 영어는 더욱 모르는지라 휴대폰으로 단어를 찾아가며 기록했다. 그 후, 간단한 키, 몸무게, 혈압을 재고, 1인실에 간호사와 함께 들어갔다. 간호사는 아주 천천하고 명확한 영어로 상담을 진행했다. 다행히도 대학교 캠퍼스 내 의료 시설이라 의료진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 친절하고 편안히 해주었다. 간호사와 긴 상담시간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고 의사를 기다렸다. 위아래 다 벗고 갈아입을 옷을 보니 잉? 종이옷이네. 다 뚫려있어... 종이옷을 어야둥둥 입고, 누워서 의사를 기다렸다. 경쾌한 의사를 인사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와우~ 여의사 독특한 프린트 원피스에 말 부츠 신고 왔어. 님 참 멋지구나.

 

의사는 기본 상담 정보를 간호사에게서 듣고, 곧바로 자궁경부암 검사 PAP SMEAR를 했다. 후에 여성과 진료로 더불어 유방암 검사도 의사의 손을 거쳐 받았다. 짧지만 많은 질문을 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변.

 

질문) 10년 전, 자궁경부암 백신을 3번 맞았지만 HPV 걸렸다. 혹시 그 사이 새로 나온 백신을 또다시 맞는 것이 좋은가?

- 한국 산부인과 의사: 백신 맞아라.

- 미국 산부인과 의사: 백신 맞을 필요 없다.

"알다시피 백신은 바이러스를 100% 예방할 수 없다. 또한 백신은 성관계 전일 때, 받는 게 훨씬 효과가 좋으나 나는 20대에 맞았으니 효능이 다를 수 있다. 그 사이 새로운 백신이 업그레이드되어 나오긴 했지만 이미 그전에 받았다면 굳이 또 받을 필요 없다."

 

의사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 느낀 점은 꼭 필요한 진료만 권하고 웬만하면 넘기는 분위기었다. 사악하기로 유명한 의료비 때문이겠지만. 이것저것 하라는 게 많은 한국에서의 진료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가 여기오니 또 다른 신세계.

 

산부인과 의사는 매우 친절하고, 상담도 길게 잘해주었고, 중간에 개인적으로 걸려오는 전화도 받았다. 원피스와 말 부츠 의사와의 만남은 매우 기억에 남는다. 그 후, 2주 정도? 후에 의사가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었다. 한국은 검사 결과 들으러 갈 때도 병원 방문을 하는데, 미국은 그러면 또 돈이 들어서 그런지 검사 결과는 전화로 알려주었다. 검사 결과에 따라 또 병원 방문이 필요하면 만나고, 아니면 전화로 끝. 검사 결과는 자궁경부 이형성증이 의심되니 더 자세한 검사를 위해 동네 산부인과를 방문하라는 것이었다. 예상했지만 다시 들어도 우울한 결과. 학교 내 의료 서비스는 저렴해서 이용하기는 좋지만 1차 진료이기에 2차 진료가 필요한 경우, 다시 전문 병원을 찾아서 가야 했다. 친절하게도 담당 직원이 근처 산부인과 병원을 알려주었고, 전화로 예약도 해주었다.

 

* 미국 의료 체계 장점

- 의료진이 친절하고, 충분히 상담을 할 수 있다.

의료비가 비싼 만큼 의료진 삶의 질이 좋아(의료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자세히 쓸 예정) 모두들 찌든 표정이 아닌 싱그러운 표정이었다. 한국에서 경험한 급하고 일이 바쁜 의사와는 달라서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 모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질문할 수 있었다.

 

* 미국 의료 체계 단점

- 드럽게 비싸다(할말할않)

- 이용하기 편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응급실에 가지 않는 이상, 산부인과 가고 싶으면 가고, 안과 가고 싶으면 동네 병원에 바로 갈 수 있지만 여기는 1차 주치의 제도가 있어 꼭 주치의를 먼저 만나야 한다. 그 후에 2차 진료가 가능하다. 한국식 의료 체계에 익숙한 나에게는 불편했다.

- 예약이 빠르지 않다.

나 같은 경우는 학교 내 의료 센터 의사가 동네 산부인과를 바로 연결해주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 예약하거나 갑자기 필요해서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 기다리는 시간이 길 수 있다. 이것도 캐바캐지만 빨리빨리 문화에서 온 피끓는 한국인들은 아주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 느려요. 느려.

 

계속되는 경험기는 다음 글에.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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