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부인과 경험 기록하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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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부인과 경험 기록하기 - 2

이보통입네다 2020. 10. 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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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동네 산부인과 전문 병원.

OB/GYN이라 부르며 내가 간 병원은 새로 리모델링을 했는지 깔끔했다. 처음 방문하는지라 긴장 빡! 하고 갔다.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기본 정보를 써야 하는데 간호사가 짠- 노트북을 하나 건네주네? 여기 설문지가 있으니 입력하라고. 오- 노트북으로도 할 수 있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신기방기 하면서 기본 정보를 써내는데 이건 뭐. 네버엔딩 질문. 꽤 오랜 시간 앉아서 열심히 클릭하며 설문지를 작성했다. 그 후, 간호사가 키, 몸무게 재고, 또 1인실 방으로 입실. 간호사가 간단히 정보를 물어보고. 바로 의사가 들어왔다. 여기는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 의사. 미국인 특유의 사교성이 있거나 활달해 보이진 않고, 보수적인 백인 나이 든 의사구나 싶었다.(외국 생활하면서 늘어난 능력 중 하나 - 상대방 언행에서 어느 정도 정보 파악 가능) 학교에서 받은 검사 결과는 이미 전해받았고, 몇 가지 정보를 더 물어보고는 바로 검사실에 들어갔다.

 

PAP SMEAR 후에 이상이 발견되면, 자궁경부확대경(입구 부위를 확대해서 직접 보고 상태 파악)과 조직검사를 한다. 처음에 자궁경부 확대경으로 상태 파악 후, 조직 검사를 진행했다. 조직 검사 시, 자궁경부 조직을 몇 군데 떼어내기 때문에 통증이나 경미한 출혈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의사는 내가 긴장하지 않도록 조용히 말을 걸면서 검사를 했다. 엇? 이 사람 명의인가? 보통 조직 검사하면 통증이 살짝 찌릿 느껴지는데 어랏? 아무 느낌이 없다. 돌팔이거나 아님 아주 숙련된 명의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검사실을 나왔다. 간호사가 진료지를 하나 쥐어주고, 밖에 잠깐 앉아 있으면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가보니 사람이 와글와글 많았다. 간호사는 바쁜지 나타나지 않아 눈치껏 창구로 보이는 곳에 가서 진료지를 내밀었다. 창구 직원은 몇 주 후에 검사 결과 나오면 의사가 전화를 알려줄 것이라 말했다. 하필 곧 연휴 기간이라 의사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댄다. 의사 전화를 평소보다 더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케이 하면서 무사히 진료를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집에 돌아왔다.(그때는 검사 결과 기다리는 기간이 그리 길 줄 전혀 몰랐음메) 진료비의 경우, 바로 돈을 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1달 정도 후에 집으로 우편이 날아온다. 보험 적용된 금액 제외하고 본인 부담금 얼마- 이렇게. 진료비 안내 우편물이 1달이나 지나서 오니까 잊어버리고 있다가 우편물 오면 생각난다. 아- 진료받았었지.

 

그리곤 전화 연락을 계속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똥줄 타는 기분-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에 생리가 불규칙적이고, 갈색 피도 나왔기 때문에 많이 걱정했다. 생리통은 있지만 생리 주기는 항상 규칙적이고, 갈색 피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온갖 상상을 다 했다. 그 사이 자궁경부 이형성증 단계가 더 심해졌나? 재발한 거라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도 빠른 건가? 등등. 그런데 전화 주기로 한 시간은 2주가 넘고, 3주가 넘고, 4주가 되었다. 나도 남편도 기다리느라 매우 짜증난 상태었다. 나는 간절한데, 남은 그렇지 않아 빡이치는 상태. 

 

 

드디어 전화가 왔다. 진료를 했던 남자 의사였다. 검사 결과, PRE-CANCEL 단계다. 원추절제술은 한 번 했으니까 다른 방법인 냉각 치료(변형된 부위를 매우 낮은 온도로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서 그 부위를 제거하는 방법)를 해보자. 헐랭- 의사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 평소 같으면 이것저것 물어봤을 터인데 너무 당황스럽고 놀래서 그냥 듣기만 했다. 의사는 치료 시간은 얼마 안 걸릴 것이고, 본인 검사실에서 진행하면 된다며 예약을 잡자고 했다. 우선 병원 예약을 다음 주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짜증과 속상함에 속 끓이고 있다가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쏟아내고 나니 속이 한결 편안해지며 그때부터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냉각 치료는 들어본 적은 있으나 직접 해본 적이 없는 치료인데, 그걸 외국에서 하자니 덜컥 겁이 났고 무서웠다. 또한 치료비도 비쌀 걸 생각하니 걱정되었다. 그때가 올해 1월 후반. 며칠을 고민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말했다. 한국에 조금 더 일찍 들어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원래는 올해 5월쯤 들어와서 6월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2개월 정도 한국에 있으면 충분히 지인들도 만나고 쉬다 갈 수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좀 더 일찍 들어가서 검사도 다시 해보고, 치료를 받는 게 비용면이나 심적인 면에서도 더 낫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가 받을 치료를 찾아보다가 자궁경부 이형성증 한의원을 알게 된 것이다. 수많은 광고글도 하나씩 다 읽었고, 자궁경부 이형성증, 자궁경부암 관련 후기와 치료 정보도 인터넷에 나와 있는 건 웬만큼 다 찾아봤다. 그리곤 1달 반 정도 일찍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가기를 결심하고 바로 산부인과 전화해서 예약을 취소했다. 그리고 1주일 정도 후인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당시 진료했던 담당 의사의 편지가 왔다. 응? 편지? 이게 뭐지? 싶어 읽어보니 '너의 상태는 치료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병이니 꼭 검진과 치료를 받아라.' 이런 내용이었다. 미국 병원에서는 안 나오면 이런 편지도 보내주나 보지? 굉장히 신기했던 점 중 하나. 

 

한국에 돌아와서는 잘 진료받고, 한의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한국 들어와서 진료받은 글 내용은 아래에.

2019/04/24 - [자궁경부 이형성증 치료중] - 엿 먹어라! 자궁경부이형성증

 

엿 먹어라! 자궁경부이형성증

본인의 자궁경부이형성증 이야기를 펼치자면 너무 길어서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선 시간순으로 썰을 풀어보자면, 2015년 - 자궁경부이형성증 첫 발견. CIN3(자궁경부이형성증 단계) 2016년 1..

leenormal87.tistory.com

전체적으로 내가 경험한 미국 산부인과 진료는

1차 진료(대학교 내 의료시설) PAP SMEAR + HPV 바이러스 검사 ->

2차 진료(동네 산부인과 전문 병원) 자궁경부 확대경 + 조직검사

이렇게 총 결과 아는데만 2달 걸렸다. 물론 상황에 따라 기간이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바로 산부인과 가고, 조직검사까지 다 하면 10일 만에 결과가 나오는 환경에 익숙하다면 아- 참을 인 3개 그려야 한다.

 

곧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데 그전까지 자궁경부 이형성증 한의원 치료가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의료 서비스는 웬만하면 정말 큰 일 아니면 받고 싶지 않다;;

 

2019. 0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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