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더이상 미혼자가 아닌 기혼자잖아-

생각

넌 더이상 미혼자가 아닌 기혼자잖아-

이보통입네다 2020. 10. 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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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에서 시간을 보낸지도 약 2달 정도 지났다. 올해는 대략 3개월 동안 한국에 머무는 일정으로 들어왔다. 작년에 결혼을 했으니 결혼 후, 처음 한국에 혼자 들어온 것이다. 결혼 후, 길진 않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나름 괜찮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있고, 대학 졸업 후, 꾸준히 일만 하던 나에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좋았다. 그렇게 한국이 그립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끔은 그렇게 투닥투닥 다투던 엄마도 보고 싶고,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 떠는 것도 그리웠다. 한국에 첫날 들어왔을 때는 참으로 기대되었다.

 

 

그렇게 들어와서 친정집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시댁 식구들도 반갑게 만났다. 그렇게 한 2주 지났나. 한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직면했다. 나는 더이상 미혼자가 아닌 기혼자라는 것을. 미혼자에게는 없었던 시댁과 친정이라는 존재가 있고, 남편이라는 사람도 있으며, 나의 입장이 더 이상 '이보통'만이 아닌 것이다.

 

내가 친정집에 머물고 있으니 친정에서는 주기적으로 시댁에 연락을 드리고 방문하라고 채근한다. 그게 며느리의 도리라며. 본인의 성미대로 될 때까지 말하는 우리 김여사님의 특성상(아- 나의 부모이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지만 참,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참 쉽지 않다.) 친정에 머무는 내 입장이 편안하지 않다. 남편이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나름 시댁에 연락도 드리고, 찾아뵙기도 했다. 그런데 시댁 어르신들께서 너무 걱정을 하시는 거다. 나와 남편이 신혼인데 너무 오래 떨어져 지내는 것이 혹여나 우리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걱정하시는 거다.

 

헐랭- 전혀 1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한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부터 나왔지만 나름 시부모님은 많이 걱정되셨나 보다. 평소에도 직설적으로 말씀하지 못하는 시부모님 특성상 교회 사람들이 그렇게 걱정한다며 돌려 말하셨지만 보아하니 걱정하시는 눈치. 결혼한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되어 그 마음을 달래 드린 후, 시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길. 버스 안에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는 더 이상 자유롭고 편안하게 혼자 사는 미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나의 새로운 역할에 적응해야 한다는 어느 정도의 체념과 내 결혼에 대한 책임의 다짐과 더불어 약간의 갑갑함도 느꼈다.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좀 심심하고, 사람들을 보고 싶긴 했지만 이런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한국 들어오니 재밌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대신 시댁, 친정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겼다.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나와 남편만 신경 쓰면 되니 결혼하자마자 시댁과 친정을 신경 쓰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지내긴 했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할머니의 말씀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결혼을 하고, 새 가족을 얻었으니 그만큼 해야 할 일들도 늘어난 샘이다. 다만 그 안에서 내 자신을 잃지 말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함께 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할 것. 인생 살면서 앞으로도 해야할 일들이 참 많다. 잊지 말자-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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