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국에 왔다!

생각

남편이 한국에 왔다!

이보통입네다 2020. 10. 1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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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기다긴 기러기?는 아니지만 하이튼 기다긴 솔로 생활을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3주간 더 지낸 후, 우린 다시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남편은 일 때문에 미국에 더 오래 머물렀고, 나는 먼저 한국에 와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떨어져 있던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남편을 배웅하러 인천공항을 갔다. 공항은 항상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누군가가 나올 것을 알고 기다리는 기다림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기다림이 아니기에 설렘과 애틋함이 있다. 결혼 전, 장거리 연애를 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자주 했지만 오랜만에 공항에서 기다리니 매우 설레었다. 남편은 장시간 비행으로 매우 꾀죄죄해서 오겠지만 나는 그를 맞이하는 자세로 옷도 챙겨 입고 화장도 하고 갔다.

 

하지만 비행기를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제때 오는 경우가 드물고, 예상 시간보다 늦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탄 비행기가 연착되어 공항에서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공항을 동네 귀신마냥 돌아다니던 중 꽃집을 발견했다. 예쁜 꽃 한 송이를 사서 남편을 맞이할까 싶어 가격을 보니 해바라기 한송이 포장이 1만 8천원. 에라이- 얼마 전, 해바라기 한송이 사서 집에 가져갔는데 그 값이 1천 5백원이였다. 이것들이- 자리값이 그리 비싼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꽃을 내려놓고 다시 남편 기다리기를 수십 분. 드디어 남편이 게이트에서 나왔다.

 

비행기가 또 연착되었다- 

 

아아~ 반가움도 잠시. 나는 첫 인사에 어색해했다. 예전부터 그랬다. 2~3개월 떨어졌다가 만나면 나는 처음에 남편을 어색해한다. 매일 보이스톡, 페이스톡, 카톡을 했어도 실물을 만나면 뭔가 어색한 느낌이 있다. 그런 나를 잘 아는 남편은 먼저 포옹하며 인사를 했다. 예상대로 그는 꾀죄죄한 모습에 피로함이 몰골에 드러났지만 그래도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을 만났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남편은 오는 내내 비행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했다. AMERICAN AIRLINE을 타고 왔는데 워낙 서비스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라 비행 내내 힘들었단다. 승무원이 승객과 싸우기도 하고, 기내식이 맛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왔다고. 남편은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대한항공이 공동 운행하는 비행인줄 알고 티켓을 끊었는데, 아닌 걸 발견하고는 좌절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직항이 아닌 경유 비행이고, 비행시간이 14시간이 넘기에 비행을 잘못 타면 몸이 너무 힘들다. 

 

시댁까지 전철로 1시간 정도 가는 동안 남편을 위로하면서 둘이서 수다를 떨었다. 사람은 왜 이렇게 바보같고 간사한지. 평소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살다가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으면 그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니 말이다. 나의 소중한 남편과 즐겁게 수다하면서 시댁에 도착했다. 3주 동안은 서로 각자 시댁, 친정 집에 머물면서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둘이서 데이트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즐겁다. 갈 곳도, 볼 곳도, 먹을 곳도 많다! 앞으로 3주동안 잘 지내보자!

 

오늘은 여기까지- 

 

2019.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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