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다시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10년 만에 다시 보는 이 시트콤은
왜 이리 예전과 달리 보이는지
그만큼 나도 많이 변했구나 싶다.
예전엔 그저 코믹한 요소로만 보였던
이순재-김자옥 노년의 사랑이
김자옥-오현경의 티격태격이
윤시윤-이기광 고딩들의 첫사랑이
최다니엘-황정음/윤시윤-신세경의
꼬인 사랑이 이해된다.
특히
최다니엘-신세경 에피.
많은 이들이 경악?했던 엔딩은
그 당시 어린 나이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감독이 의도한 바를 알겠더라.
'신분의 사다리'라는 말도.
남편과 나는 어쩌면
그 '신분의 사다리'를 넘어 만난 인연이다.
객관적인 조건이 좋은 남편은
어딜 가나 자랑스러운 사람이다.
상대적으로 나는 조건은 좋지 못하지만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열일하며 살았던 사람이다.
남편과는 일을 통해 만났고
일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통했고
결혼까지 하였다.
그 때는 '신분의 사다리'는커녕
서로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왜 그때는 '신분의 사다리'가 느껴지지 않았는가
새삼 놀라게 된다.
자부심이 있던 내 직장은
결혼과 함께 그만두었고,
학생이었던 남편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생각해보면 일을 그만둔 이후부터 나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그 사다리를 느끼고 있었다.
남편과 사랑을 하고
일상생활을 나누며
재밌게 놀기도 하고
삶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지만
항상 그 어딘가
남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남편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없고
알 수 없음에
단절감을 느끼곤 한다.
결혼 전에는
부부가 서로 모든 일을 다 알 수도 없고
일 같은 경우는 각자 알아서 잘하면 되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에게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닌
그의 삶이며 평생 하는 고민과 투쟁인데
그 이야기를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의 일 외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의 세계를 크게 2개로 나눈다면
1. 일
2. 사랑
나는 그 중 2번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1번과 2번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은 나의 욕심인가.
깊이 있는 그 무언가를 함께 하고 있지 않다는
못한다는 생각은 그저 내 생각일 뿐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
결혼은
축복인 동시에 고민투성이다.
썸과 쌈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며 울렁거렸던
수많은 연애들을 지나 드디어 내 편을 찾았다
생각한 결혼이지만
오히려 더 어렵다.
나와 그가 함께하는 결혼은
우리의 결혼생활은 무엇일까.
우리는 잘 나아가고 있는건가.
지금 그와 행복함을 느끼면 그걸로 되는걸까.
2019.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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