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결혼을 잘했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시댁 살이? 이런 거 없다.
형님이 두분 있지만
그 누구도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시누이처럼
악을 쓰고 못되지 않았다.
오히려 잘 챙겨주러 노력한다.
시부모님은 우리 부모님보다 더 연세가 많으시지만
오히려 우리 부모님이 더 보수적이다.
시댁 식구를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 부모가 더 보수적이고
나와 말이 통하지 않는가.
나는 왜 내 부모와 끊임없이 싸우는가.
나는 왜 내 부모와 이렇게도 말이 통하지 않는가.
그 결론은
객관화다.
시부모님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의 삶, 성향, 모습 등
많은 것들이 객관적으로 건강하고 깔끔한 거리를 두며
명확하게 보인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가 된다.
반면의 친부모님은 어떤가.
친부모님은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그들의 삶, 성향, 모습 등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서로를 더 잘 알수록
많은 것들이 엉켜 있다.
많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건강하고 깔끔하게 거리를 둘 수 없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만 동시에 화가 난다.
자꾸만 서로에게 못된 말을 쏟아낸다.
내가 부모님, 특히 엄마에게 자주 했던 말은
'왜 이렇게 나에게 바라는 게 많아.'
맏이니까, 딸이니까, 여자니까
해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더럽게 많았다.
나는 항상 부모가 나에게 너무나 바라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러했다.
딸이 있어야 한다, 딸이니까 같이 해줘야지,
딸은 애교가 있다던데, 뭐하다던데, 이렇다던데, 저렇다던데
진절머리 나게 짜증 나고 싫었다.
부모는 항상 나에게 말도 안 되게 바라는 것이 많고,
나는 그런 부모를 힘들어하는 자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나도 부모와 마찬가지다.
내 부모니까 내 입장에서 이해해줘야지.
내 부모니까 내 편을 들어줘야지.
내 부모니까 나랑 같이 저놈을 욕해줘야지.
부모가 내 입장과 내 생각과 같지 않으면
답답하고 보수적이고 답 없는 늙은 세대로 취급해버리는
못돼 처먹은 나는
나이가 먹고 결혼을 해서야 알았다.
나도 진절머리 나고 짜증 나게 부모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다는 것을.
가족이라서
나의 부모여서
나의 자녀여서
내 생각대로
내 기대대로
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 한쪽이 기울어진 비대칭이겠지.
인정했다.
부모와 나는 가족이고 핏줄이지만
서로 다른 개별적인 성인이고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왜 멀쩡히 다 커서 결혼까지 했으면서
왜 부모에게 계속 내가 바라는 모습을 기대하는가.
나와 부모의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기대를
분리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독립을 할 수 있다.
그래야 미래 내 자식에게 대물림 하지 않지.
자기반성도 고민도 없이
가만히 시간 보내 나이만 먹었다.
정신 차리고 살자-
2019.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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