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겪고 있는 코로나 - 이런 뭣 같은 세상

결혼

미국에서 겪고 있는 코로나 - 이런 뭣 같은 세상

이보통입네다 2020. 10.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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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우리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뒤돌아보면 후회요, 앞을 보면 막막함이라.'

요즘처럼 할머니의 말이 와 닿은 적이 없다. 

 

 

결혼하고, 미국 와서, 영어 공부하고, 대학원 진학 준비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보내왔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고 있었는데 땋! 코로나가 터졌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판데믹 사태가 미국 내 계속 불거지던 의료 서비스 문제와 현 정부(=대통령)의 거지 같은 능력과 맞물려 더 거지 같아졌다. 매일 뉴스 볼 때마다 오만정이 뚝뚝 떨어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 놔-

 

 

우리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뉴욕이나 LA 대도시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크지 않다. 차를 몰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일부러 나가지 않는 이상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아 자가격리가 도시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물론, 이런 지역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인구수에 비해 바이러스 확진자가 적지는 않다. 이 동네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곳은 크게 3군데. '마트, 학교, 그리고 교회' 특히 교회에서 코로나가 많이 퍼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많다. 남부 지역이라 발로 차이는 게 교회일만큼 교회가 많고, 그 규모도 동네 작은 교회라 일일이 다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도 현재까지 약 한 달 넘게 조용히 집에서 보내고 있는 중이다.

 

드디어 몇 달을 준비했던 대학원 결과가 나왔다. 3월 중순쯤에 합격했다는 이메일이 왔다. 기쁨도 잠시 장학금(TAship) 연락이 없어서 담당 교수에게 물어보니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 곧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 코로나로 학교도 닫고 난리인데 그럴 수 있지. 생각하고 4월 15일까지 기다렸다. 보통 4월 중순이면 학교 확정하고, 특히 나처럼 외국인 학생들은 비자 문제 때문에 얼른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연락이 오지 않아 다시 물어보니 아직도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그러다 4월 30일에 연락이 왔다. 아직 학과장한테서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코로나로 늦어지는 것 같으니 기다려달라고.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 일정이 모두 연기된지라 마음을 내려놓자 생각은 했지만 막상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실제 학교는 코로나 사태로 많은 문제들이 걸려 있다. 학교가 다시 열어 면대면 수업이 가능한가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하는가, 수업료 변동이 있는가, 장학금은 받을 수 있는가, 코로나로 경제가 박살난 상황에서 과연 돈 내고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등등.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에 다들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나타나는 미국 내 대학교의 현 상황과 문제를 다룬 글.

https://www.nytimes.com/2020/05/01/us/coronavirus-college-enrollment.html?searchResultPosition=2 

 

As Students Put Off College, Anxious Universities Tap Wait Lists

Uncertain that campuses will reopen, students are reluctant to commit for the fall. For schools, enrollment drops and lost revenue could be devastating.

www.nytimes.com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맞는 걸까, 장학금은 받을 수 있을까, 못 받으면 난 학교 못 다니는데 등, 생각이 많아진다. 이러는 와중에 대통령은 살균제를 몸에 주입하는 방법은 매우 흥미롭게 들린다는 둥 개소리를 사람들 면전에다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으니 분노할 수밖에. 그래도 우리는 남편이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어 수입이 있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 내에서는 6주 만에 실업자가 3천만 명이 육박했다. 먹고사는 게 중요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가 공부를 한다는 게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5/4 현재. 검사와 의료 장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를 다시 열기 시작한 주도 있고, 정부의 부족한 지원으로 각개전투로 의료 물량을 준비하고 있는 주도 있다. 매번 남 탓하기 바빠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정부와 그 밑에서 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매일 적나라하게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우린 앞으로 어떻게 될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이번 호 뉴욕매거진 제목 -

 

2020.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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