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나이가 궁금하지 않소?!

결혼

난소 나이가 궁금하지 않소?!

이보통입네다 2020. 10. 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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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다 살다 난소 나이를 검사하게 될 줄이야.

상황은 이러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자가격리, 이사까지 정신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이사 간 동네에 있는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기 위해서. 평소 다녔던 곳이 좋았지만 이사한 지역에서 거리도 있고, 앞으로 몇 년간은 이 동네에 살 예정이라 가까운 곳을 알아보았다. 병원 홈페이지를 보던 중. 난소 나이 검사(AMH)가 땋! 보이는 게 아닌가.

 

'이게 뭐야?' 들여다보았다. 아이를 가질 생각은 아직 없지만 임신계획과 별도로 너무 궁금한 게 아닌가? 점점 나이 들며 시력도 나빠지고, 머리숱도 빠지고, 겨드랑이에는 없던 쥐젖까지 새로 나고, 자고 일어나면 베갯잇에 뭉개진 얼굴 자국은 하루 종일 남아있고. 몸 구석구석 세월의 흔적을 느끼는데 난소는? 내 눈으로 직접 본 적도 없고. 내 몸속의 수많은 장기 중 하나인 난소의 나이를 알 수 있다고? 궁금하지 않은가? 난소의 나이가? 

 

난소 나이 검사(AMH)의 특징 및 순서는 이러하다.

 

1. 난소 수를 확인하는 검사 - 난임치료시하는 주요 검사 중 하나

2. 생리 3일차에 검사하는 것이 제일 정확

3. 피검사 - 일주일 후, 검사 결과 나옴(병원마다 기간 차 있을 수 있음)

4. 검사비 6만원 - 건강보험 적용됨(2만 원대)

 

신기하게도 산부인과를 알아보던 날이 생리 3일 차라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찾아갔다. 의사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특별히 나눈 이야기는 없는데...) 바로 피를 뽑았다. 일주일 후. 검사 결과는?!

 

난소 나이 와우 만 25세

 

내 연령보다 적게 나왔다. 무조건 나이가 어리게 나온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란다. 난소가 너무 많은 다낭성 난소증후군일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의사는 내 상태와 검사 결과를 보면서 문제는 없고, 난소가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월평균 임신 가능성이 18%라고 하면 적은 수치 같지만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어서 아이를 가지라고 권유했다. 시댁과 친정에서도 조심스러워 나에게 말하지 않는 임신 격려를 병원에서 들었다.

 

검사 결과를 듣고 나니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당장 아이를 가질 계획도 없지만 뭐랄까. 나에게 어느 정도 여지가 남아 있다는 느낌. 내 마음 안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걱정과 부담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그걸 모르는 척했을 뿐. 언젠간 아이를 낳아야 하고, 육아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결혼 생활 내내 갖고 있던 것. 하- 영영 내가 나를 속일 순 없구나 생각하며 그날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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